[우리말 바루기] 본데없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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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음 괄호 안에 가장 적절한 말은?

(     ) 자란 사람.

ㄱ.본대없이 ㄴ.본데없이 ㄷ.본때없이

보고 배운 것이 없거나 행동이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데가 있다는 표현을 할 때 이처럼 셋 가운데 어느 것을 써야 할지 헷갈린다. 말할 때는 크게 관계없으나 막상 적으려고 하면 아리송하다. 정답부터 얘기하면 ‘ㄴ.본데없이’다.

‘본데없이’는 말이나 행실이 버릇없고 난폭하다는 뜻을 가진 ‘본데없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본데없다’는 “본데없는 놈 같으니라고” “본데없이 자란 사람처럼 굴어선 안 된다”처럼 쓰인다. ‘ㄱ.본대없이’는 잘못된 표기다.

‘ㄷ.본때없이’를 정답으로 고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때’는 본보기가 될 만한 것 또는 맵시나 모양새를 의미한다. ‘본때’와 ‘본데’가 비슷한 뜻이기는 하나 ‘본때’의 폭이 더욱 넓다. “그 사람은 본때 있는 집안에서 자랐다”처럼 ‘본데’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외적인 모양새를 가리킬 때 더욱 잘 어울린다. “우리도 남들처럼 본때 있게 살아 보자” “검은 안경을 낀 모습이 본때 있어 보였다”가 이런 경우다.

정리하면 ‘본데’는 주로 예의범절·교양 등 내적인 소양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면에 ‘본때’는 내적·외적 측면 모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나타낼 때 더욱 잘 어울린다. 또 하나 차이는 ‘본데’는 ‘본데없다’는 동사로도 쓰이지만 ‘본때’는 ‘본때없다’는 동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ㄴ.본데없이’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지만 ‘ㄷ.본때없이’도 ‘본때 없이’로 띄어쓰기를 한다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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