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국민 4명 중 1명 ‘개님·양님 집사’, 57%는 이웃과 갈등 겪어…공존 위한 사회 인프라 갖춰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28 00:02

업데이트 2022.05.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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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호 08면

SPECIAL REPORT 

12일 서울 강동구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서울 반려견 순찰대’ 소속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 겸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강동구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서울 반려견 순찰대’ 소속 반려인과 반려견이 산책 겸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백모(52)씨는 최근 집 앞에서 고양이를 풀어놓고 기르는 이웃 주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백씨는 고양이를 마주치면 온몸이 굳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다. 그는 “목줄이나 울타리도 없는 고양이는 호랑이나 다름없이 느껴진다”며 “혹여나 매일 마주치는 이웃과 갈등으로 번질까 단호하게 내놓지 말라고 말도 못하고 피해 다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충남에 사는 김수영(56)씨는 지난해 “우리 개는 안 문다”던 앞집 주인의 말을 믿다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길을 지나가는데 흥분한 풍산개가 뛰쳐나와 사람을 물었다”며 “주인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반려견임에도 목줄, 입마개 착용을 하지 않았던 걸 보며 무책임한 반려인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김씨의 딸 허벅지에는 5㎝가량 흉터가 남아 반바지를 입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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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박연희씨의 반려견 믿음이. [뉴스1, 사진 박연희]

박연희씨의 반려견 믿음이. [뉴스1, 사진 박연희]

과거 마당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이 이제는 가족 구성원을 넘어 ‘주인님’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명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들 중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 보호나 권리는 전혀 논의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밭을 지키기 위해 개를 묶어두는 일이 당연시됐고, 식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흔했다.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일 땐 ‘입양’이 아닌 ‘구매’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반려동물이 문제행동을 보일 경우 유기하거나 도살 처분하는 것도 정당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과거에는 동물을 유기하면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이 팽배했다”며 “최근에는 ‘자신 없으면 키우지 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정부 차원에서 개 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온 걸 보면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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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30년간 3500만 명의 비반려인과 1500만 명의 반려인 간에 시각차가 현저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비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사회의 구성원이긴 하지만, 사람보다 우선순위는 아니다. 학대나 유기는 명백한 범죄라는 것에 동의하나 반려동물로 인한 불편함 또한 처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백씨는 “음식을 먹는 식당 안까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온다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사람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선 사람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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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의 ‘2021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반려인들의 펫티켓(펫+에티켓의 합성어) 준수 여부에 관해 묻자 반려가구의 79.5%는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비반려가구는 불과 28%만 이에 동의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우리 사회는 동물에 대한 이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상황”이라며 “동물을 자기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생명체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학대를 자행할 정도로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이전까지는 반려인이 유난을 떤다는 정도로 치부했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인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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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가족 그 이상의 의미다. 4년 전 사지가 마비되는 난치병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투병하던 직장인 박연희(46)씨는 반려견 믿음이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박씨는 “치료제 부작용으로 각종 합병증에 우울증까지 겪었지만 믿음이를 돌보고, 산책을 시키다 보니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건강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대학생 이지혜(24)씨도 약을 먹는 불편함까지 감수할 정도로 반려견 꼼지를 아낀다. 이씨는 “오랜 시간 주부로 지내며 우울감을 내비치던 어머니가 꼼지를 만난 후부터 많이 밝아졌다”며 “반려견 덕분에 가족들 간 사이도 좋아져, 무뚝뚝한 가족들을 대신해 꼼지가 효도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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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가 늘어날수록 비반려인들의 불만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56.9%가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분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음(30.8%), 노상방뇨 및 배설물(10.7), 냄새(6.9%), 목줄·입마개 미착용(4.3%)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반려견이 내는 소음이 층간소음과 맞먹는다는 데서 ‘층견소음’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30대 정혜원씨는 “새벽마다 쉴 새 없이 짖는 개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이사 온 지 2개월 만에 다시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변에 반려동물이 사는지 알아본 후 입주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행법은 사람이 내는 소음에만 적용돼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반려견 도움으로 건강 되찾아

빈번한 개 물림 사고 또한 비반려인을 공포에 떨게 한다. 개 물림은 ‘개통령’ 강형욱씨조차 피해가기 어려운 돌발 사고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실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2016년 2111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 등 매년 20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한다. 불과 지난 20일에도 충남 태안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공격성이 강한 핏불테리어가 지나가던 7살 남자아이와 그의 어머니를 공격해 안면부에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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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거주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무분별한 급여·보호 활동을 펼치는 ‘캣맘’ 역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대표는 “캣맘 활동에서 배식보다 중요한 것은 개체 수가 더 늘어나지 못하게 막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밥만 주고 관리는 안 하니 개체 수가 증가해 주변에 민원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동물이 더는 살 수 없는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길고양이에게 무분별한 급여를 하거나, 사료 봉투를 구멍 내 산 정상에서부터 입구까지 뿌리는 행동은 결코 동물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수빈(23)씨는 “공동거주지에 다른 주민들의 허락도 없이 고양이 급여시설을 설치해 고양이 숫자가 잔뜩 늘어났다”며 “고양이들이 굶는 걸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중성화 수술을 하거나 보호소로 이주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충돌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반려인들이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대표는 “내가 키우는 반려견을 제어하지 못해 개 물림 사고 같은 사회적 갈등을 빚는다면 잘 지내는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나빠진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죄는 단호하게 처벌하되, 반려인들도 입마개를 씌우거나, 사회화 교육을 하는 등 비반려인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반려인구 1500만 시대임에도 역설적으로 유기동물 발생률과 동물 학대 사건 수는 치솟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에 갖춰야 할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맞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생명 존중은 사회 발전에 필수”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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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법과 의료 분야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옥진 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룩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지점이 많다”며 “반려동물 의료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맞먹는데, 그에 걸맞은 의료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아 반려인들의 개별 부담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논의 중인 반려동물 보건소를 좋은 정책으로 꼽았다. 간단한 치료와 예방접종 등을 받을 수 있는 동물보건소를 지자체 차원에서 설치해 병원비도 낮추고, 동물 복지도 지원하자는 취지다.

최근 15년만에 전면 개정한 동물보호법 역시 반려인과 비반려인 양측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여전히 재산으로 취급하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도 약하다고 본다. 비반려인들은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처벌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법적 맹견이 아닌 반려견에게 개 물림 사고를 당할 경우 견주를 처벌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동물보호법이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동물보호 관련 조항을 강화했지만, 반대로 피해를 입는 비반려인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며 “비반려인들은 동물보호단체처럼 조직적으로 요구사항을 제안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양측 의견을 적절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려동물 연 53만 마리 ‘무지개 다리’ 건너…합법적 장묘업체서 화장 8.9%뿐
동물장묘업체 직원이 반려동물의 관을 화장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21그램]

동물장묘업체 직원이 반려동물의 관을 화장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21그램]

“가족이나 다름없는 꼬숑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꼬숑이는 최수연(26)씨가 기르고 있는 7살 반려견이다.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 어느새 50대다. 반려인의 바람과 달리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은 보통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수연씨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정성을 다해 적법하게 장례를 치러 잘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합법적인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세 가지다.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버리는 방법, 그리고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체를 땅에 묻거나 개인적으로 장례를 치르는 건 불법이다. 동물병원에 위탁하면 의료도구 및 다른 사체와 함께 소각돼 유골을 돌려받기 힘들다. 그렇다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건 내키지 않는다. 결국 반려동물을 아꼈던 반려인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동물장묘업체를 통한 화장이다.

하지만 동물장묘업체가 화장하는 반려동물은 많지 않다. 지난해 기준 KB경영연구소가 추산한 반려견과 반려묘는 각각 586만 마리, 211만 마리다. 수명을 15년으로 가정하면 해마다 53만 마리가 숨지는 셈이다. 그중 합법적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에서 화장한 사례는 4만7577건(2020년 기준)으로 8.9%에 불과하다. 동물장묘업체 페트나라 박영옥 대표는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 장례업체 2곳의 화장시설 가동률만 70%이고, 업계 전체 가동률은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반려인들의 인식이다. 박영옥 대표는 “나이 들어 죽은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사례는 많지만, 어릴 때 죽었거나 사고사한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앞서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도입된 일본의 반려동물 개별 화장률도 60%가 안 된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61곳으로 6년 새 3배 증가했다. 이중 화장장으로 등록된 곳은 57곳이다. 화장률이 90%인 사람의 화장장 62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도에만 22곳이 몰려 있고, 서울·인천·대전·광주·대구·제주 등에는 화장장이 없다. 화장장 증가에도 불구하고 10세 이상 노령견을 기르는 가구의 절반 이상(51.9%)이 ‘장례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이유다.

불법 업체도 문제다. 화장장으로 등록이 안 된 업체에서 화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화장장보다 승인이 쉬운 ‘장례식장’으로만 등록한 후 마치 합법인 것처럼 화장 서비스를 안내한다. 아예 신고를 안 한 업체도 있다. 경황이 없는 고객을 불법 업체로 연결하는 브로커도 기승이다. 이들은 적발돼도 벌금을 내고 영업하거나, 폐업신고 후 다른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간다. 조용환 한국동물장례협회장은 “초기투자비용만 10억원이 드는데 불법으로 운영하는 업체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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