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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악마화…美 위선 드러났다" 블링컨 연설에 中 격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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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대중국정책 연설에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두 캡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대중국정책 연설에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두 캡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대중국 관련 연설에 대해 중국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은 앞다퉈 “말과 다른 위선적 행태”, “결국 미국 규칙을 따르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과 이를 낙인찍기라고 반발하는 중국 사이에 입장차만 더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세계는 미국의 아름다운 말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블링컨 연설을 저격했다.

사설은 먼저 미국의 발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연설보다 덜 공격적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 2020년 폼페이오 전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실패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며 “미국이 중국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블링컨 장관은 신냉전을 원하지도 않고 중국과 소통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해 공격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세계는 미국의 아름다운 말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환구망 캡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세계는 미국의 아름다운 말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환구망 캡쳐]

그러면서도 “중국에는 말은 듣되 행동을 지켜보라는 옛말이 있다”며 “‘평온한 말’의 뒤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 성명에서 보듯 도처에서 이념으로 진영을 쪼개고 거만하게 다른 나라들에 줄서기를 요구하는 데 미국의 실체가 있다”고 비판했다. 협력은 외교적 수사일 뿐 실제 행동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다원주의 국가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거칠게 나눈 뒤 거만하게 편들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중국의 배타적으로 생각되는 국가에 줄서기를 요구하는 것이 신냉전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선제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나 북한에 우호적인 자국 정책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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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연설이 ‘낙인찍기’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조 바이든 정부의 독단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댜오다밍(刁大明) 중국 인민대 교수는 “미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을 ‘악마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본질은 모든 면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의 수사는 부드러웠지만 미국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도발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미중관계는 더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톈쥔(張騰軍)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나락으로 빠지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중국을 계속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중국 문제로 눈을 돌리려 하겠지만 미국은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전염병, 거대한 경제적 도전을 겪고 있다”며 “중국을 공격해선 해결할 수 없다. 불을 끄지 못하면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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