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민감기엔 통합교육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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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IT(정보기술)산업을 주름잡으면서 미국 아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수학과 영문법을 가르치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가 미국의 주요 산업과 교육에 큰 역할을 하는 원천엔 인도인의 영어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수십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 인도의 무서운 잠재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어를 무기로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는 인도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어교육 열풍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 등 아시아 여러 나라가 영어 교육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다.

# 언어 민감기와 영어교육
어린이들의 언어 습득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 중에 언어습득장치 이론이 있다. 3, 4세를 전후로 아이들은 두뇌 속에 언어습득장치(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활발하게 활동한 후 10세를 전후로 쇠퇴한다는 주장이다. 아동발달학에서는 이 시기를 언어민감기라고 해 언어습득이 이뤄지는 시기로 판단한다.

이처럼 언어학이나 아동발달학에서는 생후 3~4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고 효과적인 언어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일부 교육계에서는 아직도 유치원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유치원 연령대의 아이들이 외국어 습득에서 최적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유아 언어교육에서는 이 시기 언어 교육을 언어 학습이 아닌 언어 습득이라고 표현한다. 학습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소위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시기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중언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5000~1만 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매일 5시간씩 꾸준히 영어환경에 노출돼도 최소 3년이 걸리는 기간이다. 따라서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영어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 영어교육이 학부모의 교육 화두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와 더불어 다양한 영어교육기관이 생겨나고 곳곳에 어린이 영어교육기관이 성업 중이다. 저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내세우지만 교육방식과 프로그램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언어발달 수준은 차이가 있다.

# 유아 영어교육기관의 영어습득 목표
하루 4~5시간씩 영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영어습득에 탁월하다는 주장과 함께 요즘은 모든 활동과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 교육기관이 인기다. 과연 이들 교육기관에서는 어느 정도의 영어 습득을 기대할 수 있나. 이 시기 아이들은 모국어를 체득한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어도 습득하게 된다. 즉, 오랜 시간 듣는 과정을 거쳐 한 두마디 단어를 표현하고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면서 비로소 문장을 이해하고 표현하게 된다.

하루 종일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기관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 행태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접하지 않았던 아이가 꾸준한 영어 놀이와 활동을 통해 차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자연스레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모든 학부모의 바람이다. 그러나 자녀를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영어로 말하고, 읽고, 쓰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영어학습을 시키면 안 된다. 자연스러운 영어습득 과정을 겪지 못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단어나 문자 익히기에 치중하면 언어 과잉증 같은 언어 장애나 심할 경우 대인기피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 다양한 통합프로그램과 인성교육이 중요
유아교육에서는 유아의 발달 영역을 언어·인지·정서·사회성·신체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유아 교육을 하고 있다. 5개 영역의 고른 발달을 위해 수업내용을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으로 짠다. 이를 흔히 통합교육이라 한다. 통합교육은 유아의 전인적이고 균형 잡힌 발달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따라서 이 시기 영어교육도 통합교육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영어습득만을 목표로 해 전인적이고 균형잡힌 발달을 도외시하면 영어습득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영어로 종일 수업이 이뤄지지만 미술이나 음악·체육 등의 다양하고 풍부한 놀이와 활동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프리미엄 김관종·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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