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40주기 맞아 600여장 사진집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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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존 F 케네디만큼 미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도 드물다. 그 때문인지 11월 22일 케네디 서거 40주기를 앞두고 요즘 미국 서점가엔 그에 관한 책들이 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의 개인 사진가로 활동했던 재키스 로가 찍었던 6백여장의 사진을 담은 두툼한 책 한권이 단연 화제다. 이 책에 실린 사진 가운데 절반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데다 자칫하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 뻔했기 때문이다.

'잭을 회상하며(Remembering Jack)'란 제목을 단 이 책은 흑백 앨범에 가깝다. 케네디 대통령 일가의 모습을 4만장 이상 찍은 로는 이 사진들을 필름 상태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내 JP모건은행 금고에 보관해 왔다. 2001년 5월 로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딸 토마시나가 이 귀중한 걸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4개월 뒤 9.11 테러로 WTC가 붕괴되면서 금고의 종적이 묘연해졌다. 몇달간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지난해 2월 은행 측으로부터 금고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열기와 충격으로 필름은 모양새만 남았을 뿐 내용물은 증발해 버린 뒤였다.

딸은 같은 사진작가로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밥 애덜먼과 함께 필름을 살려내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재생기술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디지털을 이용한 첨단 인화기술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생명을 이 필름에 불어넣었다.

사진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63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때까지 상원의원 및 대통령으로서 케네디의 공적인 자리는 물론 깊숙한 가정생활까지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저격받을 당시 같이 출장 중이던 그의 친구이자 보좌관이었던 휴즈 시드니의 해설을 곁들인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케네디의 관이 무덤 자리에 장엄하게 내려진 직후의 모습인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이 긴 여운을 남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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