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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서기만 해도 이름 연호… 잠실을 울린 '빅보이' 이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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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5일 잠실 KIA전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린 LG 트윈스 이재원. 김민규 기자

15일 잠실 KIA전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린 LG 트윈스 이재원. 김민규 기자

"이재원, 이재원, 이재원!"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KIA 타이거즈전 8회 말. LG 7번 타자 이재원(23)이 타석에 들어서자 1루 쪽 LG 팬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보냈다.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친 것도 아니고,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연호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이재원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재원은 2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쳤고, 0-1로 뒤진 4회 말 1사 1, 2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는 홈런(시즌 2호)을 쳤다. 임기영의 초구 직구를 때려 3-1 역전을 만들었다. 시속 173.6㎞로 빠르게 132.9m를 날아간 대형 홈런이었다. 이재원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이재원은 이번 3연전 내내 맹타를 휘둘렀다. 13일 경기에선 2안타를 기록했고, 14일 경기에서도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 역시 비거리 130m가 넘는 대형 홈런이었다.

엄청난 응원 속에 들어선 타석, 이재원은 또다시 엄청난 타구를 만들어냈다. 초구 커브를 지켜본 뒤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왼쪽 파울 폴을 때렸다. 베이스를 돌고 들어오자, LG 팬들은 또 한 번 이재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15일 잠실 KIA전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린 LG 트윈스 이재원. 김민규 기자

15일 잠실 KIA전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린 LG 트윈스 이재원. 김민규 기자

이재원은 경기 뒤 "연습 때부터 이호준 코치님이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조심하고 가운데 쪽으로 친다는 느낌으로 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두 번째 홈런에 대해선 "치자마자 홈런을 직감하고 배트를 던지긴 했는데, 파울이 될까 조마조마했다"고 웃었다. 이재원은 "비거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101m를 쳐도 같은 홈런"이라고 했다.

흥행팀의 대결답게 이날 경기장에는 2만3097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재원은 "KIA 팬들도 대단하지만, 우리 LG 팬들도 대단하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 재밌었다"고 했다. 이재원은 "(이름을 외치는 걸)듣지 못했다. 경기에 집중했다. 팬들 덕분에 (홈런을)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이재원은 2018년 드래프트 전체 17순위(2차 2라운드)로 LG에 입단했다. 오른손 거포가 귀했던 LG는 이재원의 성장을 기다렸다. 2020년 2군리그(북부 리그) 홈런왕(13개)에 오른 이재원은 1군에선 20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2021시즌에도 2군 홈런왕(16개)을 차지했고, 1군에서는 62경기에 나와 타율 0.247, 5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개막전 엔트리에 든 뒤 바로 2군에 내려갔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올라와 벌써 홈런 세 개를 쳤다.

이재원은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다. 기대가 크니까 부담이 있었다. '천천히 하라'는 얘기를 들어도, 조급해졌다. '한 단계, 한 단계 순리대로 가자'는 생각이다 아직 다 보여준 건 아니니까 LG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재원은 서울고 시절 강백호(KT 위즈)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뤘다. 강백호는 신인왕을 차지하며 빠르게 1군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재원에겐 좋은 친구, 자극이 되는 동기다. 이재원은 "백호가 내게 도움이 많이 됐다. 같이 잘 되는 게 좋으니까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했다.

이재원은 "2군에서 홈런을 몰아치던 때보다 더 타격감이 좋은 건 아니다. 6~7월에 더 좋았다. 꾸준히 지금의 감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거포들의 과제는 역시 '조절'이다. 타격코치나 감독들은 '가볍게 쳐도 넘어가니 힘을 빼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이재원 역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타석에서 그걸 하는 게 쉽진 않다"면서 "임훈 2군 타격코치님과 이병규 코치님이 공을 띄워치는 타격 방향성을 잡아줬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전날 나온 중견수 방면 안타를 칭찬했다. 류 감독은 "최근 한동희나 노시환이 중견수 쪽으로 밀어치면서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 이재원도 어제 안타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도 이재원은 세 번째 타석에서 가볍게 밀어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이재원은 "항상 센터, 우중간으로 생각한다. 어깨가 열렸다 싶으면 좀 더 공을 잡아놓고 치려고 한다"고 했다.

프로야구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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