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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버스·배달보다 월급 적은데, 누가 택시 몰겠나" 아이엠택시| 대형택시 2대장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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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대형택시 2대장 아이엠&타다 인터뷰 ① iM

택시 문제는 현재 진행형 난제다. 정부가 수십년째 해법을 찾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심야·출퇴근 시간 택시잡기 대란은 해결이 난망하고 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택시 서비스는 여전히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이후엔 박봉에 시달리던 택시기사들의 ‘탈(脫) 택시 러시’까지 이어지면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아이엠(진모빌리티)과 타다는 이같은 택시 난맥상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다. 아이엠은 기존 법인택시 사업자에서 출발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고 한때 택시 갈등 최전선에 섰던 타다는 택시와 협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메인 스트림 중형택시 시장이 아닌 대형·고급택시 시장을 출발지로 택한 것이 이들의 공통점. 각각 11인승 카니발, 7~9인승 스타리아를 앞세워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공룡’ 카카오모빌리티가 장악한 모빌리티 시장에 균열을 만들려 한다. 팩플팀은 두 스타트업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진모빌리티는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IT 기술력을 업고 택시산업에 뛰어든 경쟁자들과 달리 ‘본투비’ 택시회사가 기술을 배워 플랫폼을 차렸다. “그까짓 앱 하나 만들면 되지”라며 만만하게 보다 폭망한 그간의 ‘메이드 인 택시’ 플랫폼과는 다르다. 직원 100명 중 절반을 개발자로 채울 정도로 진지하게 플랫폼 산업 문법을 익혔고 50여년간 쌓아온 택시 비즈니스 경험을 녹였다. 그러기를 1년반, 작게나마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선보인 대형 택시 아이엠(iM)은 누적 5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올해 초에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하나-에버베스트 펀드 등으로부터 총 8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택시회사발(發) 플랫폼화(化)를 이끄는 사람은 택시회사 2세 경영인인 이성욱·조창진 공동 대표다. 진모빌리티는 택시회사 3곳을 경영하던 이 대표와 택시회사 7곳을 경영하던 조 대표가 2020년 함께 설립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삼광교통(JM4)에서 만난 이성욱(50) 대표는 “공유경제 원조는 원래 택시”라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삼성물산·삼성전자 북미법인 등에서 일하다 2002년부터 택시회사를 경영해왔다. 삼광교통은 진모빌리티가 지난 2월 인수했다.

진모빌리티 이성욱 대표가 4일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삼광교통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진모빌리티 이성욱 대표가 4일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삼광교통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어쩌다 플랫폼을 만들게 됐나.
“2011년 이후 해외에서 우버가 인기를 끌었다. 택시회사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성장했고 공유경제가 모빌리티의 미래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사실 우버의 일은 택시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자기 차를 안사고 이용료 내는 게 공유경제인데 그게 바로 택시 아닌가. IT기업이 마치 새로운 것처럼 이를 내놨지만 면허권을 가진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당연히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친형제처럼 지낸 조 대표와 함께 그 때부터 면허권자가 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연구했다. 당시 우리 프로젝트 명은 우버(Uber)를 거꾸로 쓴 레뷰(Rebu)였다.” 
어떤 결론을 내렸나.  
“그때만 해도 택시 요금제는 중형과 모범 사이 중간지대가 없었다. 차에 대해 투자하고, 기사에게 표준화된 서비스를 수행하게 해서 중간 단계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허가받고 서비스를 만들려 했다.”
실제 서비스를 내놓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우리가 뭔가를 해보려해도 법적 토대가 없었다. 면허권 사업자라 정부에선 우리더러 ‘가만히 있으라’는 기조였다. 그러는 사이 2015년 우버가 들어왔고 반대하던 택시업계가 카카오 손을 덥썩 잡았다. 당시만 해도 나비콜·엔콜 등 브랜드 콜회사에 대당 매달 3만원 비용을 냈는데 이걸 카카오가 아껴준다고 하니 카카오택시에 합류한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가 우버와 다를 게 없지 않나. 카카오판이 됐다.”
이성욱 진모빌리티 공동대표 약력.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이성욱 진모빌리티 공동대표 약력.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2020년 말 서비스를 내놨다.
“타다 베이직이 렌터카 호출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법이 개정됐고 택시 중심 모빌리티라는 링이 만들어졌다. 일단 면허권이라는 1번 방패가 단단해졌으니 헤비급 IT강자들과도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또 타다의 선풍적인 인기가 우리가 생각한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해 준 측면도 있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꺼이 돈을 내는 수요를 확인했다. 존재한다고 믿는 시장에 안 뛰어들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왜 대형택시를 택했나.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이다. 사람 4명 태우고 2㎞ 가면 3800원을 번다. 그런데 치킨 한마리 시키면 주말에 점주와 고객이 내는 배달비 총합이 6000~7000원이다. 이런 요금체계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겠나. 그렇다고 택시요금만 올릴 수도 없다. 버스·지하철 요금이 그대로면 다 그쪽으로 간다. 요금이 묶여있는 상황에선 정부 지원 없이 서비스 개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탄력요금제 적용이 가능한 대형택시를 택했다. 또 중형택시 시장은 이미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천억원을 쏟아부어서 만들어 낸 체계가 있다. 우리같은 후발 주자가 거기서 이기긴 어렵다고 봤다.”
그간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택시 서비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기존 중형택시는 B2C(기업-개인간 거래)가 아니다. B2B2C(기업-기업-개인간 거래)다. 택시회사는 면허와 차량을 또다른 기업인 기사에게 사납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기사는 자기 노동력을 더해 택시비를 버는 구조다. 여기선 (기사에게) 서비스 잘 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다 법이 월급제 기사(전액관리제)를 고용하라고 바뀌었다. 이건 B2C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우린 회사 체계를 정비했다. 월급제로 기사를 뽑았고 입사 후 4일간 서비스 교육을 한다. 이들은 우리 직원이니 인사 조치를 할 수 있고 패널티를 줄 수 있다. 보험회사 영업사원처럼 실적 관리를 한다. 서비스 혁신이 가능해졌다.”
요즘엔 심야 택시 대란도 심각한데.
“수요는 탄력적인데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은 게 문제다. 공급자가 안 따라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인센티브가 없어서다. 공급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역시 중요한 건 기사의 처우다. 다른 업으로 빠져나가는 기사들을 택시업계로 불러들여야한다. 그러려면 시내버스 기사보다, 배달기사보다 택시기사 월급이 적으면 안 된다. 매출을 많이 끌어와서 택시기사에게 더 많이 줘야한다. 우리 목표는 평균 월 400만원을 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사 중에도 슬슬 500만원씩 벌어가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론 가능할거라 본다.”
콜이 많아야 기사들도 성과급을 벌지 않나.  
“아이엠 2회 이상 재탑승률이 80%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우리 플랫폼에서 택시비로 1500만원 쓴 사람도 있을 정도로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 이미 하루 평균 1만 8000~2만 5000건의 호출이 들어온다. 최근에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5분 뒤 예측 콜 수요를 인공지능(AI)이 계산해 기사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더많은 매출을 올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엠택시 기사(지니) 교육. [사진 진모빌리티]

아이엠택시 기사(지니) 교육. [사진 진모빌리티]

경쟁사 대비 아이엠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전부 직영이다. 12개 법인의 아이엠 운행대수는 620대, 전체 면허대수는 1200여대다. 개인택시와 가동률에서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가맹기사는 부제에 익숙해 있다. 3일 동안 오전 오후로 나눠 6번을 일할 수 있는데, 개인택시는 이중 두번만 일한다. 하지만 법인은 6번 모두 일할 수 있다. 법인택시 1대는 개인택시 3대와 맞먹다. 또 개인택시 기사의 서비스 질엔 개인 차가 크다. 우린 기사가 회사 직원이고 근로자다보니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타공인 1위인데.
“플랫폼은 한계가 있다. 투자를 받아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인데 무한정 투자를 받을 순 없다. 결국 시장 점유율 때문에 이용자한텐 부담을 못주고 공급자에게 부담을 준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린 50년 넘게 이 사업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익혀온 사람들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이 사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공급자단에서 시작해 이용자단까지 통합할 수 있다.”
아이엠 이후의 목표는. 
“결국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는 자율주행에서 만날 것이다.그때가 오기까지 운송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대형택시에서 성과를 내고 중형택시 등으로 확장하고 다른 서비스를 붙여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려 한다. 최근 서울 상암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한정면허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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