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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 외친 尹...한·미 전문가 "우크라 협력 강화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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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개별 국가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면 모든 세계 시민이 연대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한국의 협력 수준이 높아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한·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尹, 적극 동참 전망"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우크라이나가 아시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화상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미국,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앞선 문재인 정부에선 이 문제에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는 이런 예측의 근거로 '국내 여론'을 들었다. 그는 "국내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인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여론은 압도적"이라며 "특히 젊은 층은 외교 정책에서 '가치'를 중시하며, 한국의 정치인들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반적인 여론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는 새 정부에도 분명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가 내세우는 논리와 군사 행동은 현실 세계에서 정당화하기엔 너무 선을 넘은 것이며, 당초 노렸던 정치적 목적도 달성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과거처럼 외교부와 청와대의 보직을 맡고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냐'고 묻자,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며 미국, 서방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대응 협력에)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조언할 것"이라며 "새 정부는 그럴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우크라이나가 아시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위성락 주 러시아 대사(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CSIS 유튜브 캡처.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우크라이나가 아시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한 위성락 주 러시아 대사(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CSIS 유튜브 캡처.

"국제 연대가 평화 보장"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러 제재에 늑장 동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차 등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졌을 때도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러시아 규탄과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3월 29일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런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10일 취임사에도 세계 시민,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이 강조됐다.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윤 대통령은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 도와야 한다"며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도 이처럼 자유와 인권, 공정한 규칙 등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 간에 보다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무기 지원을 물밑에서 요청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이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미국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여를 주문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막아내는 데 모두 동참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이제 들어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보다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자유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을 지킬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맥폴 전 주 러시아 미국 대사는 "한국과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깨달은 동맹의 위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민주주의와 자유 등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고, 이는 한ㆍ미 동맹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北, 핵 집착 강해질 듯"

이날 간담회에서 위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북한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를 공개 지지했고, 지난 3월 유엔 총회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반대 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였다"며 "미국의 대러 적대 정책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과거 핵을 포기해서 침공받았다고 판단해, 향후 핵무기에 대해 더욱 집착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이 그간 내세우던 영토 주권 등의 가치를 저버린 러시아를 대놓고 돕기엔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서방 세력에 의해 러시아가 힘을 잃어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러시아 다음 타깃이 중국이 될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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