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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석탄까지 급등…오일 쇼크 넘어 에너지 쇼크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너지 사용이 줄어드는 봄이 왔지만,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연료 비용이 치솟고 있다. 특히 과거 고유가 시대와 달리 국제 유가는 물론 석탄 같은 저렴한 에너지원 가격도 급등해 발전 비용 상승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도매가 1년 새 164%…역대 최고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뉴스1

10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전력이 발전사에게 전력을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76.35원/㎾h)과 비교해 2.6배로 올랐다. 이는 200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비싼 가격이다. SMP가 오르면 그만큼 한전의 전력 구입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방 수요가 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h당 100원을 넘긴 SMP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197.32원/㎾h까지 급등했다. 난방 수요가 줄어든 3월(192.75원/㎾h)에 가격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달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h당 200원대를 넘어서면서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SMP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같이 고유가 시대엔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2년에도 SMP가 ㎾h당 200원을 넘은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달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이나 여름철이 아니었음에도 발전 비용이 급격히 느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석탄까지 급등…싼 연료 이제 없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과거에 비해 최근 SMP가 더 크게 오르는 이유는 가격 오름세가 원유나 천연가스를 넘어 석탄 같이 싼 발전원에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칼리만탄산 유연탄 가격은 t당 199.48달러로 전년 동기(88.98달러) 대비 124% 뛰었다. 같은 기간 호주산 유연탄 가격도 108.35달러에서 t당 503.94달러로 365% 올랐다.

유연탄 가격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복합적인 공급망 불안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친환경 정책으로 유연탄 생산량이 줄은 상황에서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에 공급량이 더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재인 석탄 수요가 커진 것도 가격을 자극했다.

인도네시아 한 발전소의 석탄 저장 구역.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한 발전소의 석탄 저장 구역.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지난달 한전이 유연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들일 때 정산해 준 평균 단가는(162.1원/㎾h)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유연탄 평균 정산 단가(82.0/㎾h)과 비교해서 97% 급등했고, 지난달 원자력(53.4원/㎾h) 정산 단가의 303% 달했다. 통상 유연탄은 원자력에 보다 10~20% 정도만 정산 단가가 높지만 지난달 가격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최근 유연탄은 발전용뿐 아니라 시멘트 생산용까지 부족해, 일부 건설 공사가 지연되는 등 문제를 겪고 있다.

“오일 쇼크 넘어선 에너지 쇼크 올 수도”

유연탄을 비롯해 화석연료가 전반적으로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에 한전의 전력 구매 부담이 극단적으로 늘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이상 기온에 혹서기나 혹한기가 찾아오면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미 한전의 비용 부담은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증권사가 전망하는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17조4723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조8601억원 적자의 3배에 수준이다. 한전은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올해 13조원이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액(11조7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석탄까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싼 연료를 찾기 어렵게 됐다”면서 “전쟁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에는 오일 쇼크를 넘어서 전체 에너지 쇼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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