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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전승절 연설, 확전 선언도 전쟁중단 선언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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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식에 야르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식에 야르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우려했던 우크라이나 확전 포고도,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던 전쟁 중단 선언도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연설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77주년 러시아 측 전승절(서방은 8일) 열병식 연설에서 약 10분간 러시아의 침공이 ‘정당방위’라고 강변했다. 푸틴은 “미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로부터 현대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이송되는 것을 보았다”며 “그들은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리 땅에 침공하려고 했으며 키예프(키이우의 러시아식 표현)에선 핵무기 획득 가능성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이는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하며, 유일하게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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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전날 벨라루스 등 우호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77주년 메시지에선 “우리 병사들은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치 쓰레기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탈나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행사에 앞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관련 메시지는 없었다. 푸틴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와 ‘특별군사작전’에서 숨진 러시아군의 유족 지원 등을 약속했다.

열병식 규모는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모스크바 열병식에는 군인 1만1000명과 군용 차량 131대, 항공기 77대 등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군인 약 1만2000명과 군용 차량 190여 대 등이 동원됐다.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 군인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행사에 참가한 러시아 군인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12년 만에 열병식 등장이 예고됐던 IL-80 지휘통제기는 기상 악화 때문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IL-80는 핵 전쟁이 발발하면 수뇌부가 탑승해 공중에서 지휘하는 항공기다. 8대의 미그-29SMT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있는 알파벳 Z 모양으로 비행하는 공중 쇼도 열리지 않았다.

야르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은 모습을 드러냈다. 야르스는 기만·교란 목적의 디코이(미끼 탄두) 등을 이용해 미국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국가들을 노릴 수 있는 이스칸데르는 요격미사일을 피하는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

열병식 직후 모스크바 중심가에선 시민들이 2차대전 참전 가족들의 사진·초상을 들고 약 7㎞를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사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만 치러지다 2년 만에 열렸다.

친러 분리주의자가 장악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에선 ‘우크라이나군 도발 위험’을 이유로 열병식을 열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거의 장악한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도 대대적인 행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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