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족적을 남기신분" 영화팬들이 기억하는 강수연 [강수연 1966~2022]

중앙일보

입력 2022.05.07 18:59

업데이트 2022.05.07 19:14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폼'의 속어)가 없냐.

영화 ‘베테랑’의 이 명대사는 영화배우 강수연이 한 모임에서 실제로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가난해도 긍지 높게 살자는 그의 지론은 류승완 감독에 의해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대사로 재탄생했고, 많은 관객들의 좌우명으로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런 강수연이 7일 오후 3시쯤 별세했다. 향년 56세. 고인은 지난 5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영화배우 고 강수연 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영화배우 고 강수연 씨의 모습. 연합뉴스

시민들은 고인의 작품 속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임모(27)씨는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본 드라마는 기억을 못 하는데, (고인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문희’(2007)는 연기가 인상 깊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9)씨도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에서 ‘정난정’ 역할로 기억한다.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정치에서 활약한 정난정을 강인한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했던 장면이 생생하다”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드라마 '문희'가 방영된 2007년 당시 영화배우 고 강수연 씨의 모습. 중앙포토

드라마 '문희'가 방영된 2007년 당시 영화배우 고 강수연 씨의 모습. 중앙포토

“한국 영화계 이끌어 주셔서 감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김모(30)씨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실 때 영화제를 갔었는데, 그 해 상영작이 좋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김모(59)씨는 “우리 시대 때 유명한 하이틴 스타였다”며 “어느 순간부터 활동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네티즌들도 잇따라 조의를 표했다. 한 영화 리뷰 사이트에 올라온 고인의 별세 소식에 회원들은 "한국 영화계를 그동안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 "어릴 적에 좋아하던 배우인데 안타깝다"며 착잡해 했다. 한 네티즌은 베테랑의 명대사를 언급하며 “힘이 들 때면 지금도 가끔 쓰는 말이다. 항상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고인은 선구적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은 영화배우였다. 영화계의 큰 별”이라며 “특히 여배우로 볼 때, 최근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1980년도에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 포스터. 이 영화로 고 강수연 씨는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 태흥영화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 포스터. 이 영화로 고 강수연 씨는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 태흥영화사

8년 만의 작품 복귀…공개 못 보고 눈 감아

고인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69년 TBC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했고, 1987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89년엔 임 감독의 ‘아제아제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각종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혀갔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작품에 출연하지 않던 고인은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현장에 복귀해 촬영을 마쳤지만, 작품이 공개되는 걸 끝내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에 마련됐다. 조문은 8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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