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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론 대신 현실론 택한 이재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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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호 04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월 10일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월 10일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그동안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출마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출마할 경우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 중 어디로 나가야 하느냐를 두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분당갑은 이 고문의 정치적 고향이란 ‘명분론’이 있었고 계양을은 당선 확률이 높다는 ‘현실론’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결국 이 고문에게 ‘텃밭’을 안겨주는 대신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선거를 이끌 책임도 함께 부여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계양을이 녹록한 곳은 아니다”면서도 “이 고문을 반드시 원내 입성에 성공시켜야 하고, 또 이 고문이 전체 선거판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전국 선거를 지휘할 수 있으면서도 당선이 수월한 곳이 계양을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날 민주당의 발표는 예상보다 빨랐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선 “6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이 요청하면 주말쯤 이 고문이 수락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재명 7인회’로 불리는 측근 의원들과 경기도 출신 핵심 참모 그룹 상당수가 “출마는 안 된다”고 말리는 상황도 변수로 작용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지난 5일 밤까지 비대위 안건엔 이 고문 전략공천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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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대위는 전격적으로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한 참석자가 “이 고문 측과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하는 게 맞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윤호중·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이 “그런 대화가 있었고 그에 대해 동의했다”고 답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고문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이 비대위 발표 2~3일 전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온 지난달과 달리 주변에 “내가 희생하더라도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고문의 심경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재명만한 스타는 없다”(이원욱 의원)거나 “열어놓고 판단하자”(박홍근 원내대표)는 등 당 지도부의 ‘이재명 띄우기’ 작업도 속속 이뤄졌다. 인천 지역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지난 5일 이 고문의 계양을 공천을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 수사에 방탄을 치려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비판이 잇따르자 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을 차출은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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