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입국금지' 밝힌 러…기시다 총리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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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러시아의 ‘무기한 입국 금지’ 발표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항의했다.

지지통신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5일 러시아 외무부가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인사와 언론인 등 63명에 대한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방문 중 소식을 접한 기시다 총리는 기자단에 “군사적 수단으로 이번 사태를 부른 것은 러시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일·러(러·일) 관계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보복조치'에 일본 발끈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를 포함해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등 정부 인사를 포함해, 일본 의원과 북방영토(쿠릴열도) 반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및 언론인 등 63명을 입국금지 인물로 지정했다. 러시아 입국금지 기간은 무기한이다. 언론인 중에서는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신문그룹 본사 주필이 포함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기시 방위상 역시 입국금지 소식에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러시아가 스스로 대화의 창을 닫고 고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일·러 관계 악화의 원인을 러시아로 돌렸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경제 제재를 부른 것이 러시아라는 주장이다.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외무성을 통해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로 정조회장실로 연락이 왔다”면서 “초대받아도 가지 말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와 틀어진 일본, ‘북방영토’로 튀는 불똥

일본과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캄차카 반도와 일본 북쪽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4개 섬을 지칭하는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에토로후, 쿠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4개 섬이며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는 해외 영토.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우리 독도(일본 표기 다케시마)를 포함해 북방영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자국영토로 표기하고 있다.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이 주장하는 해외 영토.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우리 독도(일본 표기 다케시마)를 포함해 북방영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자국영토로 표기하고 있다.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양국 간 ‘평화 조약’ 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평화조약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양국 대화는 중단됐다.

기시다 정부가 지난달 발간한 ‘외교청서’에도 러시아와 달라진 관계가 반영됐다.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일·러간 최대 현안으로 일본이 주권을 갖고 있는 섬들”이라며 “북방영토를 러시아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적었다. 외교청서에 러시아의 북방영토 불법 점유 문구가 들어간 것은 19년 만이다. 러시아는 외교청서를 통한 일본 측의 ‘불법 점거’ 주장이 재개되자 “쿠릴 열도를 전면 개발하겠다”고 응수했다.

일본과 러시아간 ‘맞불’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 정부가 추방한 러시아 외교관 등 8명이 출국하자, 러시아도 일주일만인 지난달 27일 일본 외교관 8명에게 “오는 5월 10일까지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 등에 대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가 러시아의 보복이라며 앞으로 상당기간 양국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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