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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집 논문심사' 보도날…김인철, 직접 尹에게 "사퇴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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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전날까지 본인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던 김 후보자였던 만큼 갑작스러운 사퇴 표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계·정치권 안팎에선 자녀들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논란과 제자 논문 심사 의혹 등에 김 후보자가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 "사퇴가 최고의 방어"…국힘 '반대' 기류도 영향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날 정치권과 교육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알리지 않고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지인은 “본인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심정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증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측은 “시간을 끌며 청문회까지 가면 더 많은 의혹이 제기돼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로서는 ‘자진사퇴’가 최선의 방어책이었다는 해석이다.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도 많지만 김 후보자와 관계된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을수록 더 많은 의혹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증인과 참고인까지 출석한 청문회가 열리면 본인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찬대(왼쪽부터), 윤영덕, 권인숙,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명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미교육위원단(Fulbright)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찬대(왼쪽부터), 윤영덕, 권인숙,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명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미교육위원단(Fulbright)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김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가 흘러나오는 것도 사퇴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명을 계속 하다가 갑자기 사퇴한 것은 의외지만, 당에서도 사퇴하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으니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 같다”며 “(김 후보자의 가족들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 누군가는 공정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장학금의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일반 국민들이 볼 때 너무 과하고, 자기 개인의 이익만 앞세우고 산 분 아니냐”며 “공적인 자리에 자격이 있겠느냐고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풀브라이트 특혜·제자 논문심사 의혹 "제대로 해명 못해" 

한편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 사례가 됐다. 지명 직후부터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김 후보자는 본인이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으로 재직하며 딸·아들 모두 풀브라이트장학금을 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동문회장은 장학금 선정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자녀들의 장학금 심사에 동문회 임원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민주당 측으로부터 ‘거짓 해명’ 공격을 받기도 했다. 자녀들뿐 아니라 김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도 풀브라이트장학금을 통해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돼 ‘풀브라이트 대물림’ 비판도 받았다. 김 후보자의 아들은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 교수들과 공저한 논문을 입사용 이력서에 기재해 이른바 ‘아빠 찬스’를 취업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또 국회 교육위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제자의 회고록을 통해 “김 후보자가 논문 심사를 이른바 ‘방석집’에서 접대를 받으며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의 제자인 이성만(국민의힘 인천 연수구청장 예비후보)씨 회고록에는 “총 다섯 번의 논문 심사 과정을 세 번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모두 지도교수(김인철)의 도움 때문이었다”며 “논문 심사가 통과로 발표되자 아가씨들과 마담도 마치 자신들의 일인양 기뻐하며 자리를 옮긴 무교동 선술집에서 새벽 3시가 되도록 함께 축하해 주었다”고 돼 있다.

이 외에도 김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고 학생들을 향해 막말을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 교비횡령과 외유성 출장·무단 휴가 의혹도 불거졌다.

이날 오전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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