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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킹' 유동규 “내일까지 한개 되냐…이재명 재선에 포커스”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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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인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가 법정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공판에선 대장동 일당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두고 "유동규가 지금부터 킹"이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재생됐습니다. 또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들 사이 돈이 오간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대화 녹음도 공개됐습니다.

"한 개도 안 되냐. 0.7…0.7…0.7 일단 먼저" 되뇐 유동규

▶유동규=(내일까지) 한 개(1억원)도 안 되냐

▶남욱=그렇게까지는 좀. 현금 못 만들어요.

▶유동규=(약 5초간 정적) 얘기해봐 그럼.

▶남욱=지금 만들면 그럼 0.7? 7천몇백만원. 계속 만들고 있거든요.

▶유동규=0.7...0.7...그럼 일단 먼저 그것만. 내일 좀 봐.

2013년 4월 1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사이 통화 중 일부입니다. 이 파일을 남 변호사가 녹음해 정 회계사에게 보냈고, 이를 보관하고 있던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하면서 유 전 본부장의 육성이 법정에서 공개됐습니다.

이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요? 같은 해 3월 20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사이 전화 통화에서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 대화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2주 안에 3억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화에서 1개는 1억, 0.7은 7000만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 변호사가 '출처 없는 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표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다음날까지 이 돈을 갖다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유 전 본부장의 약속도 함께 전합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구획 계획도 원하는 대로 해주고, 땅도 사지 못하면 해결해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외의 다른 사업들도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하고 말 것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는 겁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리스크 없는 다른 것들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줄게"와 같은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커야 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맞춰 돈을 만들던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이들과 동업하던 정재창씨가 2013년 4월 16일 대화를 나누던 녹음파일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이들은 유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을 대야 할 가능성까지도 언급합니다. 몇달 뒤까지도 유 전 본부장이 계속해서 돈을 독촉하고, 실제로 돈이 전달된 정황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여러 차례 나눈 통화에서인데, 역시 '0.9', '0.1'과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였던 건,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칠 위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 4월 16일 김만배씨는 정 회계사와의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이 천 억 정도 남는 구조를 짜고 있다" "구조도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정 회계사도 "공사가 설립돼서 가능하다. 토지를 수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합니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인지, 2013년 3월 9일 통화에서 정 회계사는 김씨에게 "유동규가 킹인 거고요"라며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왕'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시장 재선에 포커스 맞춰야…선관위 쪽 라인 대봐라"

▶남욱=(유동규 전 본부장이) 계속 얘기하는 게 선거. 시장님 선거를 어떻게 우리가 당선시킬지에 대해 너랑 나랑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은밀하게 선관위 쪽 라인을 좀 대봐라. 너가 아무도 모르게. 오늘 그 얘기까지 하더라고.

지난 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이름은 또 등장합니다. 2013년 4월 30일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유 전 본부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인데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시장) 재선을 위해 어떤 것이 도움되는지 상의해보자"는 것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공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 4월 17일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통화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시장이 자신에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야기를 했다”고 과시하는데요. 이들은 이 이야기를 나누며 토지 수용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방향에 대해서 논의합니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전 시장을 언급한 대화는 하나 더 있습니다. 2013년 7월, 이 전 시장이 “대장동을 한국판 베벌리 힐스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인데요. 유 전 본부장이 이 전 시장을 찾아가 "대장동을 왜 그렇게 만드느냐" "베벌리 힐스로는 안된다"고 설명하면서 "1공단 공원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이 "그럼 너 알아서 해라, 나는 공원만 만들면 된다"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이 대화 역시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들은 얘기를 정 회계사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얘기를 나눴다고도 전합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JTBC]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JTBC]

김만배 "한구형 누가 전달하냐…내 선에서 처리"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쥐고 있던 성남시의회를 향한 로비 정황도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김만배=애들은 의장님한테 잘 하나.

▶정영학=잘하고 있겠죠.

▶김만배=욱이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거고.

▶김만배=앞으로 점점 더 세질 거야, 의장님이.

▶정영학=그걸 모르는 거죠, 다들. 정확히 읽으신 거고요. 형님이.

2013년 3월 9일 정 회계사와 김씨 사이 통화입니다. 여기서 의장은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뜻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의장뿐 아니라 강한구 성남시의원의 이름도 나옵니다. 김씨는 "한구형은 누가 전달해야 하나"라고 말하다가 자신 선에서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정 회계사는 이른바 '배달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검찰은 "강 의원이 2012년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2013년 2월 찬성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동규 변호인 "다른 유 전 본부장(故 유한기 본부장) 아니냐"

이날 유 전 본부장 측은 "남 변호사가 전하는 말이 유동규 전 본부장이 한 말이 맞느냐" "도시개발공사 내의 다른 유 전 본부장(고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을 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검찰이 녹음 파일을 설명하는 부분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녹취록 맥락을 보면 판단 가능한 문제"라고 하면서도, 대화 당사자이자 피고인인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상대로 유 전 본부장의 이야기가 맞는지 재차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3일도 기일을 열어 녹음파일 증거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法ON] 대장동 녹취록 재생 중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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