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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마스크 벗는다…월요일부터 의무 해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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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호 01면

결국 정부는 실외 마스크 해제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유감을 표명했다. 시민의 찬반 의견도 갈렸고,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펼쳤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일부나마 해제되는 건 1년 6개월 만이다. 지금까지는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거나 집회·공연·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경우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50인 이상 모이는 집회와 공연, 경기장 등에서만 쓰면 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전문가 분석, 세계적 흐름을 고려해 정부 내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며 “프랑스·뉴질랜드·싱가포르 등은 오미크론 정점 직후 또는 1개월 전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특별한 문제 없이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산책이나 가족 나들이에서조차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국민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내에선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실내’란 버스·택시·기차·선박·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 수단과 사방이 구획되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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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정책을 놓고 현 정부와 인수위의 갈등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정부 발표 이후 인수위는 “현시점에서 실외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과학 방역에 근거한 결정인지, 향후 재확산 시 어떤 정책적 수단을 준비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위원장도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방역 성과의) 공을 현 정부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27일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5월 하순 정도에 상황을 본 뒤 새 정부 출범 30일 이내에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실외 마스크 방역 조치는 정치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며 “시기나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또 “저희가 오늘 발표 드린 것은 실외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프리 선언’은 아니다”라며 “현재도 2m 거리두기를 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돼 있는데, 이를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서 이런 점들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측은 실외 마스크 해제에 대해 정부에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그대로 발표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 “방역 해이해져 확진자 증가 우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조정과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면서 “현 정부의 판단이 있다면 일단 결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리에 나섰다.

정부의 실외 마스크 해제 발표 직후 중앙SUNDAY가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문의 결과 22명은 찬성, 18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광화문에서 만난 이모(42)씨는 “심정적으로는 무조건 마스크를 벗고 싶지만, 감염을 걱정하면서도 안 쓰고 다니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주부 곽모(51)씨는 “아직 확진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만이라도 실외에서 열심히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박상진(29)씨는 “음식점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데 탁 트인 실외에서 벗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후(30)씨는 “북한산 가는데 마스크를 굳이 쓸 필요가 있나”라며 “실외에서 방역 효과도 없는 것 같아 마스크를 벗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외 마스크 해제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데,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건 아이러니”라며 “다만 실외 마스크 해제가 방역 해이로 이어져 6~7월 확진자 증가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외에서는 비말이 분산돼 실내보다 감염 확률이 훨씬 낮다”면서도 “감염 위험이 높은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노 마스크가 이어진다면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고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출퇴근길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과 비슷할 정도로 낮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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