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무늬>
기왓장에까지 아름다운 꽃무늬를 새겨 넣은 우리네 치장미는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멋이다.
막새 기와에 새겨진 각종 꽃무늬들, 특히 그 중에서도 백제 와당의 풍만한 연꽃 무늬는 품에라도 안고 싶은 충동과 그 미적 감동을 거듭 느끼게 한다.
공주나 부여 박물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담하면서도 부드러운 백제 와당들의 문양과 여인의 넉넉한 등판처럼 흘러내린 날렵한 막새기와의 배면 및 섬세하게 처리된 선은 육감적이기조차 하다.
고구려의 막새무늬는 투박·강인하고 신라의 그것은 섬세·유려하며 조선조의 기와무늬는 소박하고 친근한 인간미를 풍겨 준다.
막새기와는 처마 끝 부분의 곡선미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 준다. 우리 선조들은 왜 이토록 지성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
한국 고 건축연구가인 황의수씨(한국 문화재 보존 기술 진흥협회 이사)는『하늘이나 삼신과 같은 어떤 절대자에 대한 인간의 소망을 나타내는 행위』라고 풀이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기와에는 서양과는 달리 암수 구별이 뚜렷하다. 무생물의 건자재인 기와에까지 성을 붙인 것은 음양사상에 근거한 동양적 우주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기와에는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다. 지붕의 바닥을 덮어주는 평 기와와 처마 끝에 부착하는 막새기와, 그리고 용마루 끝을 장식하는 망새 기와 등이 그것이다.
평 기와와 막새기와는 각각 암수가 구별돼 있어 암 기와에는 암막새를, 수키와에는 수막새를 끝 부분에 각각 부착하게 된다.
막새기와는 그 아름다운 무늬로 처마 끝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서까래나 부연 끝에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부패를 방지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세 종류의 기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하는 것은 막새기와다.
물론 평 기와에도 물결무늬·어골무늬·빗살무늬 등이 있지만 막새기와에는 대부분 꽃무늬, 그 중에서도 연꽃무늬가 주류를 이룬다.
이처럼 막새기와에 일정한 무늬를 새겨 넣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삼국시대부터로 추정되지만 기와의 문양은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백제 와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제는 한국인 스스로도 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글 김준범 기자기와>
풍만한 연꽃 모양 미감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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