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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몰래 주식, 폰 보면서 혼술…혹시 나도 중독? 5가지 증상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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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중독의 조짐 5가지

강력하고 빠른 보상을 주는 일상의 많은 행위는 자칫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박·게임·스마트폰뿐 아니라 운동·쇼핑·식이 등도 해당한다. 신체적·심리적 의존이 커질수록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관계에 무감각 해진다. 중독은 내성과 금단 증상, 일상생활·업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피해가 모두 나타났을 때 진단한다. 일상의 행위가 중독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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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보다 횟수·시간·강도가 늘었다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데도 횟수·시간·강도가 예전보다 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중독으로 가는 갈림길의 기준 중 하나는  스스로 조절이 가능한지, 아닌지다.

 어떤 행위를 통해 쾌감을 경험하면 뇌는 이를 기억하고 그 행위를 반복하게 한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가 도파민이다. 문제는 즉각적이고 강한 자극에 노출돼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고 불균형이 생길 때다. 순간적으로 도파민 분비가 촉진돼 강한 흥분과 만족감을 느낄수록 내성이 생긴다. 점차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되면서 더 자주, 많이 행위에 집착한다. 시간·횟수를 줄이려고 하면 우울하고 짜증이 난다.

 강한 도파민에 노출되면 시간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이럴 땐 실제 사용시간을 측정해 보면 도움이 된다. 우리가 특정 대상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알아보는 것은 사용 정도를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실제 사용시간 같은 객관적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면 문제를 부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2 최근 짜증을 많이 내고 예민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내가 하는 행위 때문에 가족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밤낮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주식·가상화폐·게임·쇼핑 등을 하는 생활이 이어지면 가정·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워진다. 생체리듬이 깨지고 수면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두통·피로·우울감·불안감이 따라온다. 무기력함·짜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행위에 집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기쁨과 쾌감이 행복과 삶의 에너지로 지속하려면 강력하고 즉각적인 보상과 뿌듯하고 지속적인 보상적 활동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가족·지인과 눈을 마주치고 포옹하는 친밀함, 타인에게 친절함·선행을 베푸는 이타심, 학습·일을 통한 자기실현 등에서 오는 기쁨은 꾸준한 노력과 관계를 통해 얻어진다. 뿌듯함·지속성이 크다.

3 가족·지인 몰래 하고, 뒷수습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지인의 시선을 피해 몰래 한다거나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는 중독과 관련한 신호의 하나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사용한 시간을 속이고, 투자나 쇼핑한 것을 숨기는 것이다. 행위를 하고 난 후 뒷수습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지출·투자금을 통제하기 힘들다고 느껴지고, 이 때문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는 문제 등이다. 빚을 지는 상황이 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면 가족·직장 동료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을 할 때 처음엔 주춤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져 거리낌이 없어진다. 스스로 먼저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상태를 되돌아보고 단순한 습관이라고 상태를 부정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는 것이 좋다. 거짓말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책임이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4 일상의 탈출구로서 쾌감을 즐긴다

중독으로 가기 쉬운 고위험군이 있다. 현실 도피적 성향으로, 특정 행동이 긴장과 불편한 감정을 없애준다고 생각하면 행위에 중독되기 쉽다. 본인이 승부 근성이 강하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도 그렇다. 자존감·자신감이 지나치게 낮거나 별다른 취미가 없으면 일시적인 쾌감을 일상의 탈출구로 삼아 중독에 빠지기 쉽다.

 중독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 해소법을 다양하게 구축해 두는 것이 도움된다.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문화 활동과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뇌의 기쁨 회로가 여러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

 특정 행위에 중독되면 즉각 만족하는 것에 집착해 보상을 기다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를 즉각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태를 업데이트하며 확인하는 것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특정 행위가 당장 눈앞의 고통을 잊게 해줘도 과하고, 조절되지 않으면 건강과 사회적 능력을 망가뜨린다.

5 스마트 기기 보며 혼술 하고, 도박하며 흡연한다.

물질·행위 중독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다. 상호작용을 일으켜 또 다른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도박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거나 스마트 기기로 영상을 보며 혼술(혼자 마시는 술) 하는 습관은 중독 연쇄반응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다. 특히 알코올과 니코틴은 도박·인터넷·스마트폰 중독과 연관성이 깊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이 있을 때 스마트폰 중독 위험은 일반인보다 34.7배 높다. 니코틴·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은 도박 중독에 빠질 위험이 일반 사람보다 각각 3.35배·2.9배, 인터넷 중독 위험이 각각 2.44배·2.35배 높다(한국중독정신의학회지, 2017).

 행위나 물질 어느 하나에 중독되면 뇌가 다른 쾌락을 찾고, 더 큰 자극을 얻으려고 한다. 이처럼 하나의 중독이 또 다른 중독을 낳는 현상을 ‘중독 공존’이라고 한다. 행위든, 물질이든 중독 매개체만 다를 뿐 발생기전은 같다. 모든 중독 증상은 원인과 관계없이 뇌의 기쁨 중추가 과도하게 자극받아 발생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도움말=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 서적=도파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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