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마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10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이 한 대씩 쏟아져 나오는 창원공장의 생산성이 1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 원동력입니다."
이영하(사진) LG전자 DA(가전)부문 사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20% 가량 성장해 LG전자가 세계 3대 가전사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해외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매출이 지난해 96억 달러에서 올해는 12% 늘어난 108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TV를 제외한 가전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월풀(184억 달러), 유럽의 일렉트로룩스(14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이 사장은 "1, 2위 업체들의 성장률이 연 4~5% 대로 둔화된 상황이라 이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LG전자의 차세대 리더로 떠오른 그를 9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사무실에서 만났다.
-내년에는 매출 세계 1위를 노려보겠다고 했는데.
"내년 글로벌 매출 목표는 140억 달러다. 선두권 도약이 가능했는데 지난해 143억 달러 매출을 올렸던 월풀이 메이텍을 인수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매출이 뒤지는 대신 이익 1위를 달성하는 쪽으로 목표를 바꿨다.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은 4~5% 선이지만 LG전자는 8%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
- 흔히 가전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많은 이익을 내는 비결은.
"앞으로 '백색가전'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상.통신 기기들과의 컨버전스를 통해 여전히 생활의 중심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1600달러짜리 스팀트롬 세탁기, LCD TV가 달린 3500달러짜리 냉장고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LG전자의 강점은 가전과 전자 제품을 모두 갖춰 컨버전스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월풀이 냉장고에 LCD TV를 달려면 다른 업체와 협력해야 하지만 LG는 휴대전화.컴퓨터도 어렵지 않게 달 수 있다. 여기에 디자인 면에서도 차별화를 이뤘다. 하상림 화가의 꽃 그림을 새긴 '아트 디오스'처럼 가전제품도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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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지 않았나.
"중국 시장에서 판매대수 기준으로 7~8%의 점유율에서 최근 4%대까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매년 높아져 시장 평균보다 10% 이상 높다. 세계 저가형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지만 중국이 브랜드 파워까지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국내의 높은 인건비가 부담되지 않나.
"비용이 많이 들면 그만큼 더 마진이 큰 물건을 만들면 된다. 단기적으로는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본사의 경쟁력이 없으면 해외법인 역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경남 창원 공장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다. 경쟁사들이 18~20초에 제품 하나씩 만드는 반편 창원에서는 10초마다 하나씩 생산된다. "
-내년 경영 환경을 어떻게 예측하나.
"연평균 환율이 900원 선이 될 것으로 보고 경영 계획을 짜고 있다. 85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견딜만하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이 걱정이다. 지난해에는 철강이 20% 이상 올랐고, 올해는 구리 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돌발 변수만 없다면 성장세를 이어나가 140억 달러 매출이 가능할 것이다."
김창우 기자
이영하 사장은
인하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후 줄곧 에어컨과 냉장고 생산 현장에서 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에어컨.냉장고 사업부장(상무)을 거쳐 2000년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2004년부터 DA(가전) 사업본부장을 맡았으며, '백색 가전 중흥'을 이끈 공로로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의 '일체유심조'를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독실한 불교 신자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늘 미소를 잃지 않으며,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야전형 경영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경영관은 "기업은 홈런 한 방보다는 꾸준한 안타를 통해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