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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권성동 "尹, 처음부터 한동훈 딱 찍었다…검수완박 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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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실세 정치인이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는 국민의힘의 새 원내 사령탑을 뽑는 지난 8일 경선에서 경쟁자인 조해진 의원에 압승을 거뒀다. 경선 투표 직전 “윤핵관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윤석열 당선인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원내대표가 됐으니 이제 ‘윤멀관’(윤 당선인과 멀어진 관계자)이 되는 거냐”는 질문에 “윤멀관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위치다. 원내대표는 당정 간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윤멀관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원활한 소통과 대화로 당정이 일체가 돼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또 한 번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윤 당선인에게 쓴소리도 하고 당이 ‘여의도 출장소’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쓴소리를 하고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윤멀관이 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우리가 집권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대통령과 원내대표의 생각이 다를 때 균열이 발생했고 불행했다. 또 그것이 선거 패배로 이어진 쓰라린 경험이 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려면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얘기를 안 해도 잘 알지 않나. 내가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다.”
그럼 윤 당선인과 정례 회동도 계획하고 있나.
“물론 정례 회동을 해서 정기적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정례 회동은 사실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다. 그런 것보다는 얼마나 자주, 깊게 소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선인 비서실장 맡은 장제원 의원,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팀장 맡은 윤한홍 의원까지 이른바 윤핵관 3인방이 결국 대통령실이나 내각에서 직을 맡지 않고 당으로 돌아오게 됐다.
“정치 호사가들은 소위 윤핵관 세 사람이 윤석열 정부에서 속된 말로 한 자리씩 차지할 거라고 예측을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세 사람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할 때부터 대선 승리라는 대의 때문에 참여한 것이지, 무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선 승리하면 여의도로 돌아와서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서로 간에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실천한 것뿐이다.”
그래도 당에서 중심적인 역할해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우리가 탄생시켰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의 존재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같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직언도 하겠다.”
지난해 12월 11일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원도 강릉시 오죽헌에서 방문한 뒤 권성동(오른쪽)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원도 강릉시 오죽헌에서 방문한 뒤 권성동(오른쪽)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원내대표를 맡으면 협력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현재의 여야 상황으로는 힘들지 않겠나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취임하자마자 검수완박 법안이라는 폭탄을 안겨줘 결국은 극한 대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민주당이 좀 야속하다. 앞으로 협치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협치의 정신을 잘 살리고 싶다.”
강경한 원내대표라는 평가가 있다.
“나는 성장할 때도 남하고 싸우는 걸 싫어했고, 잘 싸울 줄도 모른다. 어떤 사안이든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이면 언제든 오케이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국민의 이익이 아닌 당리당략으로 흐를 때는 나는 싸울 것이다.”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검수완박 법안은 대안도 없이 수사권부터 제거하자는 것이다. 검사 생활하면서 증거 인멸은 봤지만, 수사 인멸은 처음 봤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안착된 뒤에 여야가 함께 고치는 것이 순리다. 민주당이 못 기다리겠으면 형사사법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 또는 특위를 구성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도 처리하겠다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니 철저하게 국민에게 호소하겠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역시 그 방법 중 하나다.”
만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나.
“그렇다. 왜냐면 문 대통령이 검·경수사권 법안을 2년 전에 통과시키면서 ‘검찰 개혁이 완성이 됐다’고 그랬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뒀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안됐는데 1년 동안에 뭐가 달라졌나. 정권이 바뀐 차이밖에 없지 않나.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면 당연히 그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한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공포한다면 결국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집단 이기주의, 자기 식구 챙기기에 동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었는데, 검수완박에 관해선 같은 입장이다.
“검찰을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손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국민의 이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검찰을 돕거나 검사의 권한을 유지시키기 위한 차원의 접근은 전혀 아니다. 나도 검찰 때문에 억울하게 기소돼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피해자 중 한 명 아니냐. 검수완박은 권력자의 부정부패 사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손해로 귀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조각이 거의 완성되고 있다. 인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은 혹평을 해야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혹평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윤 당선인의 인사 원칙은 전문성과 능력이다. 그런 다음에 지역·성별 안배를 하는 걸로 안다. 이번에 장관 후보들을 보면 전문성과 능력, 자질 면에서는 최고의 에이스를 뽑았다고 본다. 다만, 도덕성 부분은 우리도 아직 검증을 안 해봤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얘기할 수는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나도 오늘(13일) 아침에서야 알았다. 윤 당선인이 나한테도 미리 말을 안 해주더라. 아침에 (한동훈 인선) 얘기를 듣고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빌미를 주는 것 같아서 지명 안 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과 관계 없이 윤 당선인이 처음부터 딱 찍어놓은 것이다. 검수완박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능력은 최고이고, 윤 당선인이 총애하는 후배지만 ‘중앙지검장 안 된다. 검찰총장 안 된다’고 하니까 논란 피하려고 법무부 장관 지명한 것 아닌가. 차라리 수사지휘권도 없는 법무부 장관을 시키자, 수사와 철저히 분리시키겠다는 차원에서 지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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