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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文대통령 면담 요청…“검수완박 못막으면 10번도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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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4월 13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사표 내는 건 쉽지요…사직 10번이라도 하겠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 취임 이래 첫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직을 걸고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사직 10번이라도 하겠다”고 하면서다. 김 총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한 사실도 밝혔다.

김 총장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사표를 내는 건 쉽지만,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는 걸 막는 건 힘들다”라며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막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면 사직 10번이라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앞서 지난 11일 생중계한 전국 검사장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직을 걸고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이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며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김 총장이 이날 ‘사직 10번’ 발언을 한 것이다.

김오수 “검수완박 되면 사직…나머지 구성원이 위헌 밝힐 것”

이와 더불어 김 총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도입된다면 당연히 나는 직을 떠나고,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 적절한 방법으로 쟁의해서 위헌 여부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기자회견에서 “오늘 정식으로 대통령님께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법안과 관련하여 면담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만일 앞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의 공포 여부가 결정되는 단계까지 간다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김 총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위헌적 측면이 있고, 국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등의 말씀을 드렸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지난해 초 시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또 전면적인 개혁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견해를 묻겠다는 게 김 총장의 계획이다. 김 총장은 “한 번 제도가 만들어지면 최소한 10년은 운영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1년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바뀐 형사사법 구조로 인하여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새로운 형사사법절차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이 감소되지 않도록 유의하여 달라”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검찰의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시도가 과연 그러한 당부에 합당한가”라며 “왜 군사작전 하듯이 국민의 인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 제도를, 시한을 정해놓고 (정권교체 직전인)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인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박범계 “날 저물어”…김오수 “아냐, 촛불 켜고 끝까지 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언급도 나왔다. 지난 12일 박 장관이 김 총장과 면담에서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라며 검수완박 추진을 되돌리기엔 시간이 없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적 있는데, 김 총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날이 저물어도 촛불을 켜도, 횃불을 켜도 되는 것이고 휴대폰 라이트를 켜서 가면 된다”라며 “끝까지 가야죠”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앞으로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면 직접 출석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 총장은 지난해 초 도입된 1차 검찰개혁(검경 수사권 조정)에 참여한 인사로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개정 형사법 마련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서 재직하였던 나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1차 개혁’이라는 말이 싫다”라며 “2차는 없었으면 좋으니까”라고 했다.

김 총장은 기자회견 직전인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기자들을 만나 작심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은 4·19 혁명 이후 수사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라며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피해자는 호소할 곳이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필사즉생의 각오로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나 자신을 임명해주고 법안의 공포와 재의결 요구권을 갖는 대통령, 헌법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도 했다.

7기수 후배 한동훈 장관 지명에 “지휘감독권자로서 예우·존중”

김 총장은 회견 도중 자신보다 연수원 일곱 기수 후배인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데 대해 “검찰 최고 지휘감독권자가 장관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우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권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업무 수행에서 기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협조할 건 당연히 협조하겠다”고 하면서다.

김 총장은 “한 검사장은 나름대로 법무부 수사경험 두루 갖추고 있고 능력 있는 분이어서 잘하지 않을까 싶다”라고도 덕담을 했다.

4월 13일 김오수 검찰총장 기자회견 모두발언

○ 아침 출근길에 법안의 위헌성과 국민들에게 끼칠 불편에 대해서는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부연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위헌성〉

○ 헌법 제12조제3항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영장 청구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신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니까요. 영장청구권은 당연히 수사권을 전제로 합니다. 강제수사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장에 의한 수사가 아닙니까. 수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을 청구하겠습니까. 경찰이 수사권이 없으면 영장신청할 수 있습니까?

○ 기록만 보는 것도 수사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판사님들입니다. 심지어 판사님들도 법정에서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검사는 위헌이죠. 검사에 대해 수사를 못하는 하는 법안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래 제헌헌법의 영장청구권자는 ‘수사기관’으로만 되어 있었고, 그  수사기관이 누구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었습니다. 통상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사법기관이다,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지요.

○ 4.19.혁명 이후 제5차 개헌 시 경찰의 영장신청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는 다는 차원에서 지금 헌법을 보시면, 영장청구권자는 ‘검사’로만 특정되어 있습니다. 사법경찰이라는 부분은 빠진 것이지요. 그러니까 헌법에 나와 있는 수사기관은 검사입니다.
○ 누가 ‘헌법상’ 수사권을 갖고 있습니까. ‘헌법상’ 수사권이 있는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 경찰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위헌이다. 이런 취지였습니다.

〈국민불편〉

○ 저희는 아직 민주당이 추진한다는 법안이 무엇인지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당론까지 확정해놓고 왜 법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 다만, 의총결과를 공개한 것만 보면 ‘수사ㆍ기소권의 완전 분리 법안’이라고 합니다. 아마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지 못하게 하고, 경찰 송치사건을 보완 수사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세월호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정농단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사건, 대형 금융ㆍ공정거래사건 같은 대형참사, 부패범죄 어디서 수사했습니까.

○ 살인, 조폭, 마약, 성폭력 등 강력범죄,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분양사기범 등 민생범죄 배후나 진범은 검찰이 더 조사해서 밝히면 안됩니까.

○ 법정에서 거짓말하는 사람이 뻔히 보이는데도 꼭 경찰에게 넘겨서, 신고해서 조사하게 해야 합니까. 수사경험이 부족한 특사경이 수사를 물어보면 경찰에 알아보라고 합니까.

○ 구속사건을 배당받으면 구속된 사람 말도 한번 안들어보고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기소합니까. 억울한 피해자 말도 못들어주고 사건 끝낼까요.

○ 어떤 법안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으나, 당론만 들어보면 그 자체로 우리 형사사법체계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고, 국민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개정 형사사법체계 안착 절실〉

○ 형사사법체계를 전면 개편한 개정 형사법이 시행된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시행으로 검찰, 경찰, 공수처, 법원, 법조계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저도 개정 과정에 있었으니까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 사건처리절차가 복잡해져서 지금 사건 관계인들은 자기 사건이 어느 경찰에 있는지, 어느 검찰청, 어느 검사에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사건처리도 너무 오래 끌고 있다고 합니다.

○ 올해 작년 상반기까지 보완수사 요구된 사건 중 3개월 안에 이행된 것은 56%로 절반 정도였고, 6개월 초과된 경우도 24%에 달합니다.

○ 개정 형사법 마련 당시 법무부차관으로 재직하였던 저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제가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제도 안착과 보완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이 와중에 다시 형사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고쳐 혼란만 일으킨다면 지금까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해왔던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대통령님께서는 ’21년 법무부 업무보고자리에서 “바뀐 형사사법구조로 인하여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새로운 형사사법절차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이 감소되지 않도록 유의하여 달라‘고 두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 검찰의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시도가 과연 그러한 당부에 합당합니까. 왜 군사작전하듯이 국민의 인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제도를 시한을 정해놓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인지... 또 검찰은 무조건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것인지 저희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저 뿐만 아니고 대통령님도 함께 책임을 지라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 남은 절차에서 양식있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헌법과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지켜주시기를 모든 분들게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총장으로 있습니다만, 검찰수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특히 정치적인 사건에 있어서 공정성에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사건 등 현안사건에 있어서는 수사착수, 강제수사 여부, 사건처리 등에 있어서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또 사건 관계인이 요청하면 수사심의위원회도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기속력도 더욱 높이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오늘 정식으로 대통령님께 지금 현황과 관련하여 여당인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법안과 관련하여 면담을 요청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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