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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하이 공관 철수 명령”…中 전면 봉쇄령에 대응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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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주택 단지 차단벽 너머로 배달원이 식료품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주택 단지 차단벽 너머로 배달원이 식료품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12일 중국 당국이 봉쇄령을 내린 상하이시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직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과 상하이 시민은 미국의 비자 발급 중단과 철수에 동요하는 분위기다. 상하이에선 지난달 28일 이후 16일째 전면 봉쇄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철수는 의무…미국인 공항 이동 지원” #中외교부 “모독·먹칠 중단하라” 반발 #유학생·상하이 시민 “청천벽력 같다”

12일 상하이 총영사관 내 비필수 직원과 가족의 철수 명령을 내린 베이징 주중 미국 대사관 정문 앞을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2일 상하이 총영사관 내 비필수 직원과 가족의 철수 명령을 내린 베이징 주중 미국 대사관 정문 앞을 오토바이가 지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주중 미국 대사관은 이날 “국무부가 상하이 총영사관의 비필수 공무원과 가족의 철수를 명령했다”며 “‘허가’에서 ‘명령’으로 바꾼 것은 철수 결정이 자발적이 아닌 의무임을 의미한다”고 통지했다. 니콜라스 번스 신임 미국 대사는 중국 당국에 공관 철수 명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은 또 “확인된 항공권을 가진 미국 시민을 위해 공항 접근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며 봉쇄 중이라도 미국인들에게 공항으로 이동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주중 미 대사관은 지난 9일 “자의적 법 집행과 방역”을 이유로 주상하이 외교관과 가족의 자진 철수를 ‘허가’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미국이 인원 철수 문제를 정치화·도구화하는 데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며 “중국의 방역 정책 공격을 즉각 멈추고, 코로나19를 빌미로 정치 농간과 중국에 대한 모독과 먹칠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했다”며 항의한 것보다 강한 어휘를 동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철수령은 상하이 현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의 공공아이디 ‘훠훠미국통’은 12일 “유학비자 발급이 가장 많은 상하이 총영사관 비자 업무가 이미 중지됐다”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한 달여 자택 봉쇄 중인 상하이 주재원 김씨(47)는 “미국 공관 철수 소식에 단지 내 외국인 사이에서 동요가 느껴진다”고 전해왔다.

‘제로코로나’ 포기를 요구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주중 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11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앞으로 “집단검사와 격리라는 구식 도구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극복할 수 없다”며 “무증상 확진자의 재택 격리와 mRNA 백신 접종을 허용해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12일 “만연하는 관료주의에 상하이 시민들이 ‘제로코로나’의 장점 대신 고통만 느끼면서 중앙 정부에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유명 경제학자인 랑셴핑(郞咸平) 전 홍콩중문대 금융학과 교수 [사진=랑셴핑 교수 웨이보]

중국 유명 경제학자인 랑셴핑(郞咸平) 전 홍콩중문대 금융학과 교수 [사진=랑셴핑 교수 웨이보]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진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로 봉쇄령으로 내리는 와중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들도 발생했다. 유명 경제학자인 랑셴핑(朗咸平) 교수는 11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신부전증을 앓던 98세 노모가 핵산 검사 결과를 4시간여 기다리다 주사를 맞지 못해 숨졌다고 알렸다. 랑 교수는 “피할 수 있었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교수도 이런데 하물며 보통 사람은…” “갈수록 부자들은 이곳을 떠나겠구나” 등 4100여 개의 댓글에서 방역 정책 불만을 쏟아냈다.

장하성 주중 대사도 관저 격리중 

장하성 주중 대사도 현재 베이징의 대사관 밀집지인 싼리툰(三里屯)의 한국 대사관저에서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장 대사가 이달 초 왕징(望京) 한인 타운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지난 2019년 기자 간담회에서 모친을 잃은 랑셴핑 교수와 와튼스쿨 동창으로 거리낌 없이 친한 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의 집으로 지난 11일 배달된 식료품. 이 교민은 지난달 28일부터 16일째 집안에 머물고 있다. [독자 제공]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의 집으로 지난 11일 배달된 식료품. 이 교민은 지난달 28일부터 16일째 집안에 머물고 있다. [독자 제공]

상하이의 동요에도 ‘제로코로나’ 방침은 요지부동이다.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지난 2일에 이어 9~10일 다시 상하이를 찾아 “제로코로나 총방침은 주저해서도 흔들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11일 상하이시는 확진자 2만3342명(무증상 2만2348명)이 발생하면서 확산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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