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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소풍(逍風) 가기 좋은 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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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호 31면

한자의 비밀 4/9

한자의 비밀 4/9

소풍의 구성자로 ‘風’(바람 풍)자를 쓴 것은 아마도 한국어 ‘바람을 쐬다’가 관용적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바깥을 거닐거나 다니다’는 의미로 사용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풍이란 단어를 누가,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정확한 출처는 찾을 수 없으나,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가 남은 일본어 계통 단어인 ‘원족’의 대체 단어로 꾸준히 제시돼 왔으며, 90년대를 전후해 봄나들이를 대표하는 한국어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원족은 일본어 단어 ‘遠足 (えん‐そく: 엔-소쿠)’을 한국 한자음으로 옮긴 것으로 『일본국어대사전』에서는 “학교에서 운동과 견학을 목적으로, 교사의 인솔하에 움직이는 작은 여행”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소풍’보다는 그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

유사 이래 중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됐던 표현으로는 ‘답청(踏青)’을 들 수 있겠다. 파란빛 새싹(靑)이 움튼 초목을 밟는다(踏)는 뜻이다. 청명절을 즈음해 조상의 묘소를 돌보고, 돌아오는 길에 야외에서 자연을 즐기던 풍습이 ‘답청’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이처럼 한·중·일 삼국은 봄나들이를 일컫는 명칭과 즐기는 방식에서 조금의 차이를 보인다.

2022년 봄나들이 방식으로 ‘소풍(逍風)’을 추천한다. 유유자적 느릿느릿 한가롭게 바람 한번 쐬고 오자. 우리 일상에 다시 완연한 봄이 올 때까지, 올해는 딱 소풍, 逍風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김미령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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