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사람 없는 무인도에도 못 지을 판…단체장 의지 중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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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태호 장례와화장문화연구포럼 공동대표가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장 건설엔 단체장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박태호 장례와화장문화연구포럼 공동대표가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장 건설엔 단체장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도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면 지을 수 없는 게 화장(火葬)시설입니다.”

박태호(70·사진) 장례와화장문화연구포럼 공동대표는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장 건설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한국의 화장시설, 일본의 화장장(2020)’ 보고서 등을 통해 국내 화장문화의 문제점을 연구해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장례대란’이 이어지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최근 들어 11일장을 치르는 유족이나 화장이 늦게 끝나 유골함을 들고 일단 집으로 향하는 유족들까지 나와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망자 급증으로 '장례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3일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마련된 임시 안치실에서 관계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망자 급증으로 '장례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3일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마련된 임시 안치실에서 관계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매주 머리 맞대는 외국 공무원" 

박 대표는 ‘우리 동네에 화장시설은 절대 안 된다’는 의식이 장례대란을 부른 것으로 본다. 따라서 화장장이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합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워낙 반대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화장장을 짓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955년 캐나다 공무원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화장장 예정부지) 주민들과 매주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며 “한국의 공무원 중 그렇게 주민을 진심으로 대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장장 부지는 충분하다" 

박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 화장장 부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는 “중요한 건 얼마나 부지를 슬기롭게 찾아내느냐”라며 “한국의 화장장 배출가스 허용기준은 더는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할 만큼 상당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서울 외곽 그린벨트 부지가 남아 있는 데다 (땅이 넓은) 경기도는 더 여건이 좋다”며 “고속도로나 고속철도가 지나는 동네를 보면 단절된 소외 지역들이 생기는데 그런 부지를 활용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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