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북한 ICBM 도발과 ‘우주개발전략처’ 신설 공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북한이 지난달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은 최대 고도가 6248.5㎞였다. 미국·러시아·중국도 하지 않은 고고도 분야 발사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다. 홋카이도 서쪽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미사일 탄두 부분이 떨어지자 일본 열도가 경악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만큼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우주개발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앞장섰고, 중국은 마오쩌둥 주석이,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주도했다.

항공우주시대 전담 조직은 대세
미국·일본도 지도자가 진두지휘

한국의 기상위성 천리안 위성을 700억원이란 거금을 받고 대리 발사해 준 프랑스의 우주개발도 샤를 드골 대통령이 초석을 쌓았다. 따지고 보면 우주 강국 모두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신념이 반영된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미국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프랑스는 국립우주연구센터(CNES)가 우주개발을 주도한다. 일본은 2003년 미국 NASA를 본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설립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우주개발본부장을 직접 맡을 만큼 우주개발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국가항천국(CNSA)이 있기에 중국은 이제 미국을 견제하는 우주 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 모두 우주 선진국이고 우주 강국으로 내닫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항공우주청’ 설립을 주장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직속 우주개발전략본부를 공약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우주 개발 전담기구 설립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 우주 개발 전담 조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역사적 소명이 된 셈이다.

우주 강국들의 면면을 보면 우주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며 실패를 넘어서 끈기를 갖고 우주 개발을 추진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국 인공위성을 자국 로켓으로 발사하는 우주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의 우주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주도해 왔다. 국가정보원·국방부·환경부·국토교통부·기상청 등 제각각 인공위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개발의 수요를 한곳에 모으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해 보인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우주개발전략처’ 신설이 대안이라 생각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고, 6월로 예정된 2차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1.5톤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의 성능을 더 높여 정지궤도에 4톤 이상의 위성도 발사할 수 있는 로켓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 여러 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한꺼번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8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2035년 운용 예정인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도 시간을 앞당겨 구축해야 미국의 GPS와 연동하며 한·미 동맹의 힘이 더 강화될 것이다.

우주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순수 국산 로켓 개발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인공위성 기술도 고도화해 우주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회장이 추진하는 위성통신 시대에 한국도 2000개 정도의 소형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야 위성통신 산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도 우주산업의 풍요를 누릴 것이다. 우주개발은 활용 범위가 넓다. 중·장거리 로켓은 국가안보에, 위성은 지구자원관측과 환경감시 등 평화적 우주산업에 활용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새 정부에서 우주개발이 국정 과제에 충실히 반영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