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일 후보를 정해야하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분위기가 커졌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실과는 정반대로 마치 출마만 하면 당선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주소지 이전 기한인 지난 1일 송영길 전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앞다퉈 주소지를 옮기면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 시계가 빨라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송 전 대표는 인천 계양구에서 서울 송파구로, 김 대표는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 수원 영통구로 주소를 옮겼다.
宋 이사에 서울 의원 ‘대혼란’…“여론조사로 경쟁력 있는 후보 찾자”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서울 송파구에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처형이 운영하는 임대차 건물 한 칸을 임차해 주소를 이전했다”며 “기동민 서울시당위원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 조재희·송기호·남인순 송파 갑·을·병 지역위원장에게 전입신고 인사도 했다”고 적었다. 주소 이전 전(지난달 31일)부터 남인순 의원 주도로 서울 지역구 의원 20여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서울시당 차원에서 송 전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잠재적 후보군을 올려놓고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및 경쟁력 조사, 후보 콘센트를 묻는 심층면접조사(FGI) 등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설 인물로 송 전 대표의 경쟁력이 낮게 평가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안 마련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당 조사에는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박주민 의원,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그동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왔던 이름이 망라될 예정이다. 당 내에선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던 우상호 의원이나 출마 의지가 뚜렷하지 않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살아있는 카드”(서울권 중진)란 말도 나온다.
그중 가장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건 이미 6월 중순 연수를 위해 미국 조지워싱턴대 행이 예정된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이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여러 의견이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본인은 미국행에 마음을 굳힌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낙연 대안론’은 식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만약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경쟁력이 확인되면 이낙연계 인사들의 출마 설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움직여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송 전 대표와 맞붙는다면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명·낙대전’의 연장전이 될 수도 있다. 송 전 대표 측은 이미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출마하려는 사람을 놔두고 출마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내보내려는 건 부적절하다”며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선 김동연 발(發) 경선 룰 갈등 점화 조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도전 선언으로 4파전 양상에 접어든 경기지사 경선 분위기는 이미 살얼음판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권리당원 50%’ 룰이 저처럼 바깥에서 온 사람에게는 불공정할 수 있다. 당이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줬으면 한다”며 경선 룰 갈등에 먼저 불을 당겼다.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비중인 민주당 당헌·당규 상 경선 룰이 이제 막 합당 절차를 진행 중인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경선 룰 신경전을 길게 끌고 가진 않을 것”(경기권 재선)이라고 전망하지만 다른 후보들 측에선 “김 대표를 끌어들인 인사들이 경선 룰 변경을 관철하려 할 것”(서울권 초선)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조정식·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경선룰 변경은 공정하지 않다. 만약 김 대표가 경선을 앞두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다음에 출마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도 3일 페이스북에 “자신에게 유리한 룰로 바꾸자는 것은 반칙”이라고 적었다. 염 전 시장도 지난 1일 MBC라디오에서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와서 ‘경선 룰이 안 좋다. 나에게 안 맞다’고 하는 건 선수의 도리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경선 구도를 둘러싼 갈등은 당의 신주류로 부상 중인 친명(親明)계와 당내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비명(非明)계의 충돌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고문 측의 부인에도 당 내에선 “이 고문이 ‘서울 송영길, 경기 김동연’ 카드를 직접 정리했다”는 등의 ‘막후 역할설’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그룹에선 “지방선거 공천에 관여해 결국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3선 의원)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고문의 8월 전당대회 도전설도 이같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배경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서울권 초선 의원은 “청와대 용산 이전 논란 등을 거치면서 인사청문 국면에서 잘 싸우면 지선도 해볼 만할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아직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이 고문의 막후 개입설 등이 더 부각되면 당내 갈등이 조기에 표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