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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김동연 동반 이주하자…"호들갑 떤다" 민주당 폭풍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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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연합뉴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연합뉴스

“마치 내일 후보를 정해야하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분위기가 커졌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실과는 정반대로 마치 출마만 하면 당선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주소지 이전 기한인 지난 1일 송영길 전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앞다퉈 주소지를 옮기면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 시계가 빨라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송 전 대표는 인천 계양구에서 서울 송파구로, 김 대표는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 수원 영통구로 주소를 옮겼다.

宋 이사에 서울 의원 ‘대혼란’…“여론조사로 경쟁력 있는 후보 찾자”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서울 송파구에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처형이 운영하는 임대차 건물 한 칸을 임차해 주소를 이전했다”며 “기동민 서울시당위원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 조재희·송기호·남인순 송파 갑·을·병 지역위원장에게 전입신고 인사도 했다”고 적었다. 주소 이전 전(지난달 31일)부터 남인순 의원 주도로 서울 지역구 의원 20여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3월 9일 대선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상황실 현장.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송영길 전 대표(가운데)가 기뻐하고 있다. 반면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이낙연 전 대표(왼쪽)는 두 손을 모은채 묵묵히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3월 9일 대선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상황실 현장.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송영길 전 대표(가운데)가 기뻐하고 있다. 반면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이낙연 전 대표(왼쪽)는 두 손을 모은채 묵묵히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서울시당 차원에서 송 전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잠재적 후보군을 올려놓고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및 경쟁력 조사, 후보 콘센트를 묻는 심층면접조사(FGI) 등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설 인물로 송 전 대표의 경쟁력이 낮게 평가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안 마련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당 조사에는 이낙연 전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박주민 의원,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그동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왔던 이름이 망라될 예정이다. 당 내에선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던 우상호 의원이나 출마 의지가 뚜렷하지 않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살아있는 카드”(서울권 중진)란 말도 나온다.

그중 가장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건 이미 6월 중순 연수를 위해 미국 조지워싱턴대 행이 예정된 이낙연 전 대표의 움직임이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여러 의견이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본인은 미국행에 마음을 굳힌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낙연 대안론’은 식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만약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경쟁력이 확인되면 이낙연계 인사들의 출마 설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움직여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상임고문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송 전 대표와 맞붙는다면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명·낙대전’의 연장전이 될 수도 있다. 송 전 대표 측은 이미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출마하려는 사람을 놔두고 출마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내보내려는 건 부적절하다”며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선 김동연 발(發) 경선 룰 갈등 점화 조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도전 선언으로 4파전 양상에 접어든 경기지사 경선 분위기는 이미 살얼음판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권리당원 50%’ 룰이 저처럼 바깥에서 온 사람에게는 불공정할 수 있다. 당이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줬으면 한다”며 경선 룰 갈등에 먼저 불을 당겼다.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비중인 민주당 당헌·당규 상 경선 룰이 이제 막 합당 절차를 진행 중인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경선 룰 신경전을 길게 끌고 가진 않을 것”(경기권 재선)이라고 전망하지만 다른 후보들 측에선 “김 대표를 끌어들인 인사들이 경선 룰 변경을 관철하려 할 것”(서울권 초선)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조정식·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경선룰 변경은 공정하지 않다. 만약 김 대표가 경선을 앞두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다음에 출마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도 3일 페이스북에 “자신에게 유리한 룰로 바꾸자는 것은 반칙”이라고 적었다. 염 전 시장도 지난 1일 MBC라디오에서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와서 ‘경선 룰이 안 좋다. 나에게 안 맞다’고 하는 건 선수의 도리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초심 민주당, 사수 경기도' 기치를 걸고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상선 기자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초심 민주당, 사수 경기도' 기치를 걸고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경선 구도를 둘러싼 갈등은 당의 신주류로 부상 중인 친명(親明)계와 당내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비명(非明)계의 충돌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고문 측의 부인에도 당 내에선 “이 고문이 ‘서울 송영길, 경기 김동연’ 카드를 직접 정리했다”는 등의 ‘막후 역할설’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그룹에선 “지방선거 공천에 관여해 결국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3선 의원)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고문의 8월 전당대회 도전설도 이같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배경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서울권 초선 의원은 “청와대 용산 이전 논란 등을 거치면서 인사청문 국면에서 잘 싸우면 지선도 해볼 만할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아직 의원들이 암묵적으로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이 고문의 막후 개입설 등이 더 부각되면 당내 갈등이 조기에 표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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