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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돈 줄 말랐다…1년 만에 전세계 자본 조달 28%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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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장의 돈 줄이 마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긴축의 공포가 확산하면서다. 그 영향으로 커진 시장의 변동성도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때문에 올해 1분기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은 더 비싼 값에 돈을 빌려야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지난 1분기 전 세계 기업이 채권·주식 발행과 대출 등으로 2조3000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000억 달러)에 비해 9000억 달러가 줄어든 수치다. 최근 6년간 가장 작다.

지난 1분기(1~3월)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 조달은 1310억 달러였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이 수치마저도 아시아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등 9개의 대형 상장이 이뤄지면서 기록한 수치다. 지난 1분기 미국 주식 시장에는 20여개 기업의 IPO가 진행됐는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지지부진하면서 미국 투자은행(IB)의 수익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은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BoA(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이 지난 3월까지 주식 시장 수수료로 6억4500만 달러를 벌었다고 발표했다. 1년 전(27억 달러)보다 75%나 감소했다.

오펜하이머앤코의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코토스키는 “대부분 (수수료 수익이) 30~50% 하락할 것은 예상했지만 그 누구도 75%나 감소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도 줄었다. 1년 전보다 7%(약 1000억 달러) 감소한 1조3600억 달러였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 중심으로 발행 규모 위축이 두드러졌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채권의 전 세계 발행 규모는 1년 전보다 72% 감소한 59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중 미국에서 발행된 고위험 채권이 340억 달러로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돈 줄이 마르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중 어렵사리 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높은 자본 조달 비용을 감내해야 했다. 투자부적격 또는 투기 등급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인 ‘정크 본드’ 수익률은 평균 4.3%에서 6%로 높아졌다. FT는 “투자자들이 저신용 기업의 채권 인수를 꺼리는 동시에 기준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해서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조게브는 “급등락이 이어지며 증시의 변동성이 지난 1분기에 가장 두려운 부분이었다"며 "경기가 어디로 가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FT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투자자 활동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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