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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인 바뀐 느낌이었다"…새 집토끼 끌고온 박지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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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30 여성들이 이제 대한민국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박 위원장은 “혐오와 차별을 뚫고 지금 우리 여성들이 일어서고 있다”“대선에 이어 입당으로, 입당에 이어 출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희망 행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030 여성 지지층의 움직임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감지됐다. 토론 전 온라인 설문엔 사흘간 18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토론회 동시접속 인원은 2000명에 육박했다. 평소 민주당 비대위원회 시청자(200명 안팎)의 10배 가까운 숫자였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 지지층의 유튜브 댓글. 유튜브 캡처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 지지층의 유튜브 댓글. 유튜브 캡처

박 위원장이 발언할 때는 “불꽃대장 멋져요”, “박지현 사랑해요” 같은 응원 문구가 댓글 창에 달렸다. 박 위원장이 활동했던 ‘추적단 불꽃’을 상징하는 불꽃 이모티콘과 파란색 하트 이모티콘도 쏟아졌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선 패배에 대해 사과하자, 이번엔 “당근홍근 앞으로 잘하면 됨”, “당근당근 괜찮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당근’은 박 원내대표의 이름을 비튼 표현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을 욕하며 전투력을 요구하던 기존 댓글 달리 귀여운 격려 문구가 대다수였다. 당의 주인이 바뀐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 후 당원 16만명 입당…“과반이 2030 여성”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권인숙 의원(가운데) 등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권인숙 의원(가운데) 등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빠르게 늘어나는 2030 여성 지지세는 정권을 내 준 민주당이 희망을 거는 몇 안 되는 지점이다.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3월 정당지지율 조사에선 20대 여성의 40%와 30대 여성의 42%가 각각 민주당 지지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 20대 여성 지지율은 9% 포인트(31%→40%), 30대 여성은 8% 포인트(34%→42%) 상승했다. 민주당의 ‘집토끼’라고 불리는 40대·50대를 제외하고 가장 지지율이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들 세대의 당원 가입 규모도 적지 않다. 대선 이후 지난달 말일까지 민주당에 새로 가입한 당원은 약 16만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2030 여성층이라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 6개월 전쯤 예비후보들이 각자 지지자를 당원으로 모집해 올 때를 제외하고 이처럼 당원이 급증한 적이 없었다”며 “요즘은 입당하더라도 경선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새로 당원이 된 2030 여성들은 기존 권리당원과 달리 “묵묵히 일하고 네거티브는 절대 하지 말라”,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면 제대로 사과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토론회를 주최한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설문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기존 개혁안의 지속적인 추진 외에,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명한 입장·목소리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선경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 세대는 남북관계나 복지 같은 거대 이슈보다는 환경·소수자·동물권 같은 탈물질주의적 의제에 대해 무게를 더 둔다”며 “태도 면에서도 무겁고 진지한 것보단 서로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다당제·부동산…민주당 의제 확장하는 박지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14일부터 민주당을 이끌어온 박 비대위원장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간담회를 개최하며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힘을 보탰다. 지난 1일 비대위 회의에선 “(대선에서) 졌을지라도 국민께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번 선거 전에 ‘기초의회의 다당제 연합정치’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지난 3월 대선 직전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 지지를 촉구하며 “이 후보는 내뱉은 말을 지킬 사람이라고 믿는다. 안 그러면 제가 후보 멱살이라도 잡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에선 의원들 면전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 있는 분들은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앞에서 열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앞에서 열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위원장이 몰고 온 ‘2030 여풍(女風)’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권인숙 의원은 “2030 여성들이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던 것이 아니라, 주류 정치가 그들을 배제했던 것”이라며 "성평등 의제의 퇴행을 확실히 막아내라는 2030 여성들의 요구가 우리 정치와 민주당을 혁신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의원도 “40·50세대 이후 지지층 확장에 실패해 온 민주당에 ‘새로운 피’가 수혈된 격”이라며 “국민의힘을 살려낸 ‘이준석 효과’보다 더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과격한 표현으로 여성 의제만 대변하면, 외려 ‘집토끼’인 40대·50대 남성층만 흔들릴 수 있다”(민주당 보좌관)는 반론도 있다. 국회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의견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대나무숲’에도 “쉽게 툭툭 하는 발언 하나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라”(지난달 29일), “사회에서 뭘 해보지도 않은 청년들한테 대표직 맡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지난달 30일)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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