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확실시된다”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가 1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전 총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최종적으로 한 전 총리가 마지막 선택지가 됐다”며 “곧 한 전 총리에 대한 내정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인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며 “사실상 실무선의 검증은 끝났다. 이제 당선인의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는 3일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3월 26일자 3면〉
한 전 총리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통상산업부 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등을 맡은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인수위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경제와 외교ㆍ안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잘 굴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는 당선인의 인선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최근 한 전 총리와 접촉한 윤 당선인 측 인사에게 그가 건넨 첫 마디는 ‘저에게 총리 하라고 하지 마십시오’였다고 한다”며 “윤 당선인 측이 설득을 이어가자 한 전 총리가 ‘당선인이 저를 최종 낙점하지 않으셔도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문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공직을 떠난 뒤 김앤장에서 고문을 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다.
한 전 총리와 함께 2배수 후보로 압축됐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고민 끝에 고사했다고 한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엘리트 경제 관료 코스를 밟아온 임 전 위원장은 한 전 총리에 비해 젊은 나이(63세)와 비교적 최근까지 공직을 맡았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인수위 관계자는 “임 전 위원장이 윤 당선인 측의 제안을 받고 숙고했지만, 결국엔 고사했다”며 “다만 윤 당선인이 직접 접촉하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 후보자들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아직 만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조각 인선 15일까지 마무리"
총리 후보자 지명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한 묶음으로 진행된 경제와 외교ㆍ안보 진용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인 측은 “다음 주 5, 6일쯤 대통령실 경제 참모와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경제 라인,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ㆍ국방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외교ㆍ안보 라인에 대한 일괄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가안보실장 후보엔 윤 당선인의 외교ㆍ안보 과외교사로 불리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외교부 장관 후보엔 박진ㆍ조태용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는 신원식 의원과 인수위원인 이종섭 전 합참 차장,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조각 인선도 15일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 측 인사에 따르면 현재 한 부처당 7~8명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한 뒤, 그중 3명 가량을 압축해 검증팀에 넘겨 정밀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도를 제외한 부처의 인선 퍼즐이 거의 맞춰졌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는 경찰 출신인 윤재옥ㆍ이철규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다만 윤 당선인 취임 20여일 뒤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선거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에 정치인 입각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법조인 출신인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정점식ㆍ유상범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안철수계인 신용현 전 의원과 김창경 한양대 교수 등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론 이창양 인수위 간사와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 등의 하마평도 나온다.
윤 당선인을 가까이서 보좌할 대통령 집무실 참모 중에선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변인 자리가 먼저 채워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은 “전략적인 마인드와 강한 통솔력을 가진 인사를 찾고 있다. 현재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5배수가량 추렸다”고 말했다. 인수위 내부에선 줄곧 거론돼 온 권영세ㆍ장제원 의원 외에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새롭게 거론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으로는 전ㆍ현직 언론인 출신 인사를 중심으로 물밑 검증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