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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CIA 부국장 "北, 풍계리 복구작업…영변 핵시설 가동 관측"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8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갱도를 폭파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8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갱도를 폭파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조만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 실험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존 사노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국 부국장은 이날 세계정치연구소(IWP) 초청 웨비나에서 지난 4일 촬영된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풍계리에 새 건물을 짓고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도 가동 중인 것으로 관찰된다”며 “북한이 수년간 중단했던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이 4년 전 폐쇄한 풍계리 3번 갱도 입구를 뚫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고들과 결을 같이 한다. 28일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도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의 상업용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과거 핵실험에 사용한 적이 없는 3번 갱도 입구에서 활발한 활동이 포착됐다면서다. 지난 27일 한국 군 관계자도 북한이 3번 갱도 입구를 새로 뚫는다는 보고와 관련 “그런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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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년 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 인근에 새 길을 뚫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북한이 4년 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 인근에 새 길을 뚫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사노 전 부국장은 “북한은 2027년까지 최소 2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고, 전달 체계도 발전하고 있다”면서 향후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미국 우방국이 핵무장을 원하게 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어느 시점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안보 약속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어, 한·미 군사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다. 그는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이 자체 핵 개발에 나섰던 사례도 언급했다.

북한은 또 ‘선(先) 핵·미사일 동결, 후(後) 대화’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입장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사노 전 부국장은 전망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에 성공한 다음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사노 전 부국장은 “북한은 항상 체제 안정과 제재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해 생각보다 잘 알고 있어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낼 때까지 그들은 대화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게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관계가 최악인 지금이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절호의 기회”라며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움직임은) 단순히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전술에 그치는 게 아닌 진짜 7차 핵실험을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모든 관심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쏠려 있는 지금 최대한 핵과 ICBM 능력의 질적 고도화를 완수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를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규탄하면서 외교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양자 회담 이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그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우리 둘 모두 북한이 추가 도발을 삼가고 외교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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