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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시위 저격한 이준석에 "혐오 조장, 사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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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비판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28일 "약자와 동행 대신 혐오 조장, 당 대표 자질 없는 이준석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대표에게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한국장총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이 땅이 장애인이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있는' 나라라도 되려면 장애인의 불평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발언은 단순 실언이 아니다. 주말 사이 페이스북에 10개 이상의 글을 게재하며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며 "약자와의 동행은커녕 오히려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사고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을 작성한 서울교통공사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지금은 어느 정권, 어느 시장 시절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 21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차별과 혐오의 정치 중단하고 사과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이 대표가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두고 '서울시민 불특정 다수를 볼모로 삼는 방식'이고 '비문명적 관점'이라는 등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시위는 특정 단체의 '아집'이 아니라 국가와 정치가 책임을 방기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당의 대표가 앞장서 사회적 약자의 요구와 맥락을 소거한 채 이들을 공격하고 공권력 행사를 주문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언행을 중단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등도 "장애인 운동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 "위험한 선동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 대표는 전날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적었다.

전날 올린 또 다른 글에서는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하는 이유는 결국 하루 14만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며 "결국 불편을 주고자 하려는 대상은 노원, 도봉, 강북, 성북 등 서민주거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 안내견 조이와 참석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정미경 최고위원),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조수진 최고위원) 등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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