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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폴란드서 푸틴 때릴 때, 러軍은 폴란드 접경 폭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대중 연설을 한 2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폴란드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 리비우에 폭격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날 폭격이 리비우에 가해진 가장 직접적인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8일 러시아군은 리비우 인근 군용기 정비창 등을 폭격했다.

러시아, 바이든 폴란드 연설 중 리비우 폭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러시아, 바이든 폴란드 연설 중 리비우 폭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러시아 국방부도 이튿날 성명을 내고 고정밀 순항 미사일로 리비우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연방군은 특수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며 순항 미사일이 리비우를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리비우 폭격은 지난 25일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이 “향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동부 전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후, 서부를 때린 것이다. 리비우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60㎞ 떨어져 있다.

유럽 순방 중 푸틴을 규탄한 바이든을 향한 러시아의 경고 메시지라는 시각도 있다. 안드리 사도비 리비우 시장은 “오늘의 포격은 러시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인사와도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 연설에서 “푸틴은 학살자”라고 비난하는 한편 “그(푸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그건 바이든 씨가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 러시아 연방 국민의 선택”이라고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사람들이 폭발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사람들이 폭발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공격으로 리비우의 중요 시설들이 파괴됐다. 막심 코지츠키 리비우주 주지사는 “연료 창고와 군용 공장에 각각 두 번의 미사일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또 시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으로 연료 창고가 불길에 휩싸였으며, 학교 건물의 창문들이 산산이 조각났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리비우 시내 중심에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며, 북동쪽에서는 타는 듯한 냄새가 공중을 가득 채웠다고 보도했다.

다만, 주거 지역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 대부분은 실내에서 외부 상황을 주시했으나 일부는 가방을 챙겨 들고 거리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비 시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가 리비우를 공격했다”며 “국방부로부터 정보를 기다리고 있으니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며 거듭 당부했다.

소방관들이 27일(현지시간) 전날 공격 당한 리비우 산업단지 내 석유 공장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소방관들이 27일(현지시간) 전날 공격 당한 리비우 산업단지 내 석유 공장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비우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피난처’와 같은 역할을 했다. 최악의 전시 상황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피난을 왔으며, 각국 대사관도 수도 키이우에서 철수해 리비우로 자리를 옮겼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역시 지난 2일 키이우를 떠나 서부 리비우에 임시 사무소를 마련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통해 리비우에 있는 외국 대사들에게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리비우는 ‘거대한 문화유산’이라 불릴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러시아가 전쟁 초 다른 주요 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사이 리비우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최대 미술박물관의 그림과 조각상 등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왔다. 이호르 코잔 박물관 관장은 지난 13일 BBC를 통해 “하르키우나 마리우폴에서 벌어진 파괴가 이곳에서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참혹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도네츠크와 자포리지아 지역을 떠나 리비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도네츠크와 자포리지아 지역을 떠나 리비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리비우 폭격에도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안드리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우리는 러시아에 절대 겁먹지 말아야 한다”며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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