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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신 사과파이 덩그러니…'K방역 자랑'이 민망한 죽음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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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사망자와 초과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5일장조차 치르기 힘들어졌다.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와 초과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5일장조차 치르기 힘들어졌다.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K방역 실패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지난 17일 하루 확진 62만여명을 찍은 후 다행히 하향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지난해 12월 초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확인된 이후 석 달 반만이다.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것이 코로나19 사망자 때문이다. 24일 하루에 393명이 우리 곁을 떠났고 전날에는 469명의 기록을 세웠다.

매일 300명, 400명의 죽음 앞에서 무덤덤해지는 게 아닌지 더럭 겁이 난다. 이들은 차가운 중환자실에서 가족과 제대로 된 이별조차 못 한다. 임종 면회가 허용돼 있다지만 그때는 이미 의식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 따뜻한 말 한마디 주고받기 힘들다.

경기도 남양주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현대병원 김부섭 원장은 이런 죽음을 아직 잊지 못한다. 얼마 전 60대 남성 코로나19 확진자가 폐가 망가져 다량의 산소를 공급받아도 혈액 속의 산소 수치가 정상치를 밑돌았다. 그 환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했다. 그 옆에는 사과 파이 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밤새 악화했고 다음 날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휴대폰 통화도 불가능했다. 먹다가 만 사과 파이 조각이 옆에 놓여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휴대폰과 사과파이는 환자의 요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간호사가 넣어 준 것이었다. 김 원장은 "규정을 어겼지만, 간호사의 따뜻한 마음을 칭찬했다"며 "환자 옆 테이블의 휴대폰과 사과 파이가 아직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최근 더 딱한 70대 후반의 여성 환자의 죽음에 맞닥뜨렸다. 재택치료를 받다 7일 만에 격리 해제됐지만, 당일 병세가 악화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를 절반가량 침범한 상태였다. 고혈압·당뇨병·뇌출혈을 앓던 환자였다. 당국에 "코로나 환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일반 중환자실에서 2주간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사망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유족은 환자의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고인은 병실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의료진이 유족을 설득한 끝에 다음날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만4294명이다. 3월 사망자는 6124명이다. 격리 해제 후 사망까지 포함하면 3월 코로나 및 연관 사망자는 이보다 배가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의 죽음, 유족의 아픔을 누가 위로해줄 건가. 문재인 대통령은 사망자가 1만명 넘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한 분 한 분이 귀한 존재였고, 소중한 이웃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위로가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질까.

김부겸 총리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누적 치명률, 그리고 각종 경제지표 등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며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와 싸움에서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왔다"고 말했다. K방역 실패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인구 100만 명당 주간 코로나 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구 100만 명당 주간 코로나 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 총리와 중대본이 내세운 지표는 맞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당 사망자(누적 사망률)가 미국·이탈리아·영국 등의 10분의 1이다. 하지만 호주·싱가포르·일본·대만 등보다 높다. 또 최근 일주일을 비교하면 한국이 미국의 2.8배에 이른다. 이달 11일 기점으로 뒤집혔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통계란 게 이런 거다. 보기에 따라 해석에 따라 다르다.

김부섭 원장을 비롯한 현장 의료진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김 원장은 25일 "유명을 달리하신 분, 남겨진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냅니다. 우리가 모두 미안합니다"라고 말한다.

매일 300명, 400명대 사망자가 쏟아지는 마당에 누적 사망률을 내세워 "주요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 왜 실패한 방역이냐"고 아무리 항변해봤자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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