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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정점 찍어도 완만하게 줄어 당분간 사망 늘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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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01면

“어머니가 확진되자마자 짐 싸서 친척 집에 ‘피난’ 갔어요.”

오모(25, 서울 송파구)씨는 남동생이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동생은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출장 중인 아버지는 계속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만든 한 가정의 자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격리다.

인천시의 이모(35)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가 어려서 방에 혼자 격리할 수도 없었는데, 결국 나랑 애 아빠랑 다 감염됐다”고 말했다. 김모(23·경기도 고양시)씨는 “치료제 없이 가혹할 정도로 방에 계속 있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상당 기간 오·이·김씨처럼 지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었거나 곧 찍을 예정이지만, 수치가 매우 완만하게 내려설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내려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사흘간 신규 확진자는 49만884명(23일)→39만5597명→33만9514명(25일)이었다. 25일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1주 평균 확진자는 지난 19일 기준 40만5000여 명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날 기준 35만8000여 명으로 약 12% 감소했다”며 “명확하지는 않지만, (17일의) 62만 정도가 거의 정점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판단과 비슷하게 이번 주 혹은 다음 주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확진자 수는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 “치료제 대란 우려” 정부 “46만명분 조기 도입 추진”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근에서 학생들의 코로나19 치료를 가족에게 전가했다며 정부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하루 확진자는 33만9514명, 사망자는 393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근에서 학생들의 코로나19 치료를 가족에게 전가했다며 정부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하루 확진자는 33만9514명, 사망자는 393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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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창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은 최근 1주간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를 반영하면 신규 확진자는 오는 30일 37만3741명, 내달 6일 35만2321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최선화 연구원은 해외유입을 제외한 지역발생 확진자 수가 다음 달 6일 29만3754명, 다음 달 20일에는 18만6437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남중 교수는 “문제는 (정점을 찍은 뒤) 내려오는 속도가 이전 대유행 때처럼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석 교수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통상 확진 이후 2~3주 뒤 사망, 위중증이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점 이후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지난 24일 469명 최다를 기록한 뒤 25일에도 400명에 근접한 393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더 위험한 상황’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먹는 치료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24일 현재까지 총 16만3000명분이 국내에 도입돼 약 11만 4000명에게 사용됐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치료제 물량이 적은 데다 처방 기준도 까다로워 확진→위중증→사망의 연결고리를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대란, 백신 대란에 이어 치료제 대란까지 걱정하고 있다. 일반 해열제도 약국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먹는 치료제는 총 100만4000명분. 중대본은 이중 46만명분을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처럼 치료제 부족에 섣부른 방역 완화로 정부에서 내세우는 K-방역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역학조사 포기, 가족 중 확진자 발생해도 수동감시, 방역패스 완화, 거리두기 완화는 사실상 K-방역의 포기이고 실패”라며 “지금은 산불이 났는데 소방차도 안 부르고 온 산이 다 타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기석 교수는 “K-방역은 신기루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혹평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김 총리는 25일 중대본 회의에서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기일 통제관은 ‘아워월드인데이터’를 인용하면서 “지난 21일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누적 사망자는 미국은 289.6명, 이탈리아 261.1명, 영국 239.8명 등인데 한국은 24.7명으로 대략 1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제관은 “객관적인 수치가 있다”며 K-방역 실패론과 관련해 “그렇게 판단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절대적인 숫자만 고려하면 신규 확진자 수 1위에 신규 사망자 수도 상위권인데, 사망률만 낮아 보이니까 그것만 자꾸 부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컸는데, 정부가 과연 K-방역 실패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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