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많이 부족했다.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
3·9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지난 15~16일 이틀간 172명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 이같은 인사를 전했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선거에서 진 것은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다 제 잘못”이라며 “저를 돕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에 대다수 의원은 “지사님도 고생 많으셨다”는 등의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전 지사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적잖게 묻어났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일부 의원에겐 정치 현안에 대해서 당부하기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의 한 의원과 통화하던 중 이 전 지사는 “제가 대선 때 약속했던 정치개혁 안을 꼭 좀 밀고 갔으면 좋겠다. 흔들림 없이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내대표 출마를 타진하는 한 중진 의원에게는 “열심히 하시라.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도 했다.
그는 의원뿐만 아니라 80여명에 달하는 원외 지역위원장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이에 충청권 초선 의원은 “이 전 지사가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상당한 공을 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전 지사가 ‘조기 등판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의 한 원외위원장은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이 전 지사가 6·1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0일 선대위 해단식 이후 이 전 지사는 ‘n번방 사건’ 폭로자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당에 추천하는 등 최소한의 행보를 하며 경기 성남 자택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재명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필요하다”(김두관 의원)는 등 이 전 지사의 조기 재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다만 이 전 지사 측은 선을 긋고 있다. 경기도 출신 인사는 “단순한 감사 인사일 뿐 향후 행보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 전 지사를 아끼는 이들 사이에선 ‘향후 1~2년은 정치 전면에서 모습을 감춰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조언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 A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 전 지사는 유족들에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전 지사가 선대위 해단식 이후 외부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