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생 많았다" 250여명에 전화 돌린 李…조기 등판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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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 A씨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 A씨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많이 부족했다.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
3·9 대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지난 15~16일 이틀간 172명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 이같은 인사를 전했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선거에서 진 것은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다 제 잘못”이라며 “저를 돕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감사의 말을 남겼다. 이에 대다수 의원은 “지사님도 고생 많으셨다”는 등의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전 지사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적잖게 묻어났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일부 의원에겐 정치 현안에 대해서 당부하기도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의 한 의원과 통화하던 중 이 전 지사는 “제가 대선 때 약속했던 정치개혁 안을 꼭 좀 밀고 갔으면 좋겠다. 흔들림 없이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내대표 출마를 타진하는 한 중진 의원에게는 “열심히 하시라.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도 했다.

그는 의원뿐만 아니라 80여명에 달하는 원외 지역위원장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이에 충청권 초선 의원은 “이 전 지사가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상당한 공을 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전 지사가 ‘조기 등판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방의 한 원외위원장은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이 전 지사가 6·1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0일 선대위 해단식 이후 이 전 지사는 ‘n번방 사건’ 폭로자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당에 추천하는 등 최소한의 행보를 하며 경기 성남 자택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재명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필요하다”(김두관 의원)는 등 이 전 지사의 조기 재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다만 이 전 지사 측은 선을 긋고 있다. 경기도 출신 인사는 “단순한 감사 인사일 뿐 향후 행보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 전 지사를 아끼는 이들 사이에선 ‘향후 1~2년은 정치 전면에서 모습을 감춰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조언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 A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 전 지사는 유족들에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전 지사가 선대위 해단식 이후 외부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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