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수술비"라더니…택시에 2000만원 두고내린 20대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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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2000만원이 든 손가방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분실자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전달책을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인 20대 A씨가 택시에서 분실한 손가방과 2000만원. [사진 부산경찰청]

보이스피싱 전달책인 20대 A씨가 택시에서 분실한 손가방과 2000만원. [사진 부산경찰청]

1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 24일 오전 1시쯤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대 승객 A씨가 택시 뒷좌석에 현금 2000만원이 든 손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50대 택시기사 B씨의 신고를 접수했다.

A씨에게 연락해 분실 사건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A씨가 '할머니 수술비'라며 보이스피싱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을 대는 것을 보고 의심을 했다.

경찰이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통장계좌번호 등을 묻자 A씨는 당황한 듯 수화기 너머로 머뭇거렸다.

이에 직감적으로 범죄 연관성을 감지한 경찰은 현금 묶음에 날인된 인출 은행이 있는 울산 북부경찰서에 보이스피싱 유사 신고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고 보니 A씨는 경남 고성경찰서에 수배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은 A씨에게 분실한 현금을 직접 찾으러 오라고 안내하고 지난 10일 오후 사상경찰서를 방문한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00만원의 주인은 울산에 사는 50대 C씨로 저금리 대출 안내에 속아 A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경찰서는 최초 신고자 택시 기사 B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얼른 분실한 돈을 돌려줘야겠다는 의지가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할 수 있게 했다"며 "분실한 돈이 무사히 시민에게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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