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당선 확정 후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오전 10시부터 20분간 이뤄졌다. 윤 당선인이 오전 4시 20분쯤 국회에서 당선 수락 인사를 한 지 약 5시간 만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은 의례적인 축하 인사를 넘어 북핵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향후 한미 정상회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백악관도 한미 관계를 인도·태평양 평화의 핵심축(linchpin)이라 소개하며 윤 당선인과의 통화를 보도자료로 알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첫 통화에서 윤 당선인에게 일본을 언급하며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첫 통화부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문재인 정부 이후 무너진 한일 관계 복원을 요청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북핵 위협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미·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도 향후 한일 관계를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특히 한일 관계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잘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간의 신뢰는 완전히 깨진 상태로, 긴밀한 북핵 협력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요청하며 “한반도 사안에 대한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통화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도 논의됐다. 대선 기간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왔던 윤 당선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동맹국이 주도하는 국제 협력에 경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이미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계속해 더 큰 책임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윤 당선인도 공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취임 후 미국 백악관 방문을 제안했고, 윤 당선인은 “조만간 직접 뵙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윤 당선인 취임 후 상반기 중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당선인은 11일 오전엔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박태인·성지원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