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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화상 입은 소 소원이도…동물들 화마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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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울진·삼척 산불은 동물들에게도 비극이었다. 화마를 피하지 못한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화재로 집(북면 소곡1리)이 전소된 김일석(70)씨가 키우던 소 ‘소원이’도 지난 8일 숨졌다. 소원이는 집을 태운 불이 축사로 번져 큰 화상을 입었다. 이후 뜀박질을 하다 다리가 부러졌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통에 떨어야 했다. 처음엔 김씨가 주는 사료를 먹었지만, 고통이 심해지면서 사료도 먹지 못했다.

육우로 키워진 이 소는 지난 7일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소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보기 시작했다. 소원이 구조를 위한 모금 활동과 함께 항생제 치료도 하며 노력했지만 소원이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소원이가 살던 축사 옆에는 김씨가 기르던 개와 닭도 산불에 다치거나 죽은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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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삼척 산불로 불에 타 죽은 사육동물들의 수는 수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기준 지역 축산농가 피해현황은 총 32호(한우 14, 양봉 18)로, 한우 송아지 5두 폐사, 벌통 2200군 전소, 화재로 인한 축사와 축산시설 파손 11호, 볏짚 소실 2500개 등으로 파악됐다.

울진군 일대에 살고 있는 산양 등 보호종과 각종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극심하다. 울진군에 따르면 산양(천연기념물 제217호)은 울진 지역에 12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산양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먹이 활동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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