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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삐끗, 희생양 1순위 올랐다…푸틴 옆 식은땀 흘린 남자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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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애초 계획에서 어긋나면서, 이번 전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푸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애초 계획에서 어긋나면서, 이번 전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푸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일째인 지난달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 남자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둘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사령탑이다. 특히 쇼이구는 이번 침공을 기획한 인물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그의 작품이다.

BBC는 이날 세 사람이 모인 광경에 대해 "군의 수장들이 푸틴 옆에 어색하게 앉아 있다. (긴 테이블 거리 때문에) 푸틴이 들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때는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속전속결이 물건너간 시점, 특히 '기획통' 쇼이구 장관은 진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회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회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개전 12일째로 접어들면서 쇼이구 장관의 입지는 더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이 푸틴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쇼이구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쇼이구가 푸틴을 전쟁으로 인도"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연장회의에 참석한 후 군사 전시회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연장회의에 참석한 후 군사 전시회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에 쇼이구 장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푸틴이 외교적으로 문제를 푸는 대신 군사적으로 접근하도록 쇼이구가 꼬드겼다”고 했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푸틴의 비현실적인 계획 뒤에도 쇼이구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이 전략 오류, 병참 차질, 사기 저하로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음에도 "주어진 임무를 완료될 때까지 특수 군사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1일 국영방송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또 "러시아 연방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서방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서방이 우리와 대적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전투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쇼이구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서방의 정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1~4일 이내에 끝날 것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벌써 약속한 기일이 열흘가량 지났기 때문이다.

침공 12일째를 맞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손에 넣지 못했다. 또 수백명(러시아 국방부)에서 1만1000명(우크라이나 주장)의 병력 손실을 봤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1979~1989년)에서 잃은 병력(약 1만3000명)에 육박한다.

초기 전략 실패로 입지 '흔들'  

과거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내전 등 러시아군의 경험을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끝내겠다'고 한 쇼이구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마이클 코프만 미 해군분석센터(CNA) 러시아 담당 연구원은 "군사작전이 예상대로 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쇼이구 장관에게 '저주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 6일 러시아군의 타깃이 군사시설에서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옮겨간 것도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군 사령부가 군사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지금까지 전황이) 쇼이구가 쌓아온 평판은 무너질 수 있다"며 "전쟁에 실패하면 푸틴은 ‘스케이프고트(희생양)’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1순위'는 쇼이구로 관측된다.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적이 없는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금까지 무관으로서 승승장구했다. 공대 출신으로 토목기사와 개발 사업을 한 쇼이구 장관은 1998년 소련 공산주의 사회 모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모스크바에서 안전장관으로 일하면서 푸티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2012년부터 국방장관에 취임한 그는 '종이호랑이'였던 러시아군을 현대화·전문화된 군대로 발바꿈시켰다. 또 장교의 월급을 올리고 사이버군을 만드는 혁신을 꾀했으며, 새로운 무기와 기술들을 모스크바 중심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건 크림반도 합병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었다. 특히 크림반도 병합에서 세이구 장관은 '야간 특수부대 작전'을 내세웠다. 세계의 이목이 소치 겨울올림픽에 집중된 틈을 타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내 의회, 항구 등 주요 시설을 점령하고 무력 합병을 이끌어냈다.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도 거의 없었다.

이듬해 쇼이구 장관은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전폭적으로 후원해 반군 시위대로부터 구한다. 해상과 공중전을 퍼부으며 112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푸틴은 "러시아군의 훌륭한 준비태세를 증명한 성과"라고 칭찬했다.

두번의 '성공'한 전쟁은 러시아군이 거듭난 계기가 됐다. 한나 노트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러시아군과 국방부가 (러시아의) 외교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의 후계자 vs 부족한 전략가 

푸틴 대통령과 쇼이구 장관은 함께 시베리아로 사냥·낚시 여행을 같이 다닐 만큼 최측근이다. 한 때 ‘잠재적 후계자’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결과에 따라 쇼이구 장관이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린어페어스는 "쇼이구는 그간 성공만 경험했다"며 "아무리 인상적인 전장의 승리도 때론 더 큰 정치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만한 제대로 된 군사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여전이 쇼이구 장관이 건재하다는 시각이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 안드레이 소다토브는 BBC에 “쇼이구 장관은 군 지휘할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에도 부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이념은 대부분 역사에 관한 것이고 그는 그 서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서방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한다"는 푸틴의 민족주의적 노선을 추종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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