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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타고 탈출한 우크라 테니스 선수, 상금 조국에 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준우승자 다야나 야스 트렘스카. 그는 전쟁을 피해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AFP=연합뉴스]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준우승자 다야나 야스 트렘스카. 그는 전쟁을 피해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AFP=연합뉴스]

전쟁을 피해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가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단식에서 준우승했다.

세계 140위인 야스트렘스카는 7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장솨이(64위·중국)에 세트스코어 1-2(6-3, 3-6, 4-6)로 역전패했다. 그는 곧바로 “준우승 상금 1만4545 유로(약 1900만원)를 고국 우크라이나 지원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야스트렘스카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안전을 위협받자 16세 여동생 이반나와 함께 보트를 타고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피난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전쟁 발발 후 집 근처 지하 대피소에서 이틀 밤을 보낸 야스트렘스카는 새벽에 이즈마일로 이동해 루마니아로 향하는 보트에 올랐다. 당시 야스트렘스카의 아버지가 직접 4시간 넘게 운전해 딸들을 보트 선착장까지 데려다줬다. 아버지는 테니스 라켓이 든 짐 가방 2개를 자매의 손에 들려주면서 “엄마, 아빠는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 둘이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야 한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지난 1일 프랑스에 도착한 이들 자매는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이겨내고 리옹 오픈 복식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단식에 출전한 언니 다야나 야스트렘스카는 결승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가 투어 대회 단식 결승에 오른 것은 2020년 1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준우승 이후 2년 2개월 만이었다. 야스트렘스카는 경기 뒤 “만약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지금 이 중계를 보고 있다면 ‘당신들은 정말 강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나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야스트렘스카는 오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개막하는 WTA 투어 BNP 파리바오픈에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예정이다.

침공 지지 뜻하는 ‘Z’ 표식을 한 러시아 체조 이반 쿨리악. [사진 타데우쉬 직첸 트위터]

침공 지지 뜻하는 ‘Z’ 표식을 한 러시아 체조 이반 쿨리악. [사진 타데우쉬 직첸 트위터]

한편 러시아 체조 선수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듯한 표식을 부착해 국제체조연맹(FIG)이 조사에 착수했다. FIG는 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행동을 한 러시아 선수 이반 쿨리악에 대해 윤리위원회에 징계 절차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 날 “이반 쿨리악이라는 러시아 체조 선수가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에 ‘Z’ 표식을 유니폼에 붙이고 나왔다”고 보도했다. AFP는 “‘Z’ 표식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탱크나 차량에 부착된 표시로 침략을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FIG는 윤리위원회를 통해 쿨리악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FIG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이번 주부터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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