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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첩 혐의 충북동지회 재판 석달 중단…구속기간 곧 만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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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이하 충북동지회) 조직원에 대한 재판이 지난해 12월 15일 2차 공판 이후 약 3개월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들이 지난 1월 제기한 법관 기피신청이 연거푸 기각됐는데도 거듭된 불복 끝에 지난달 24일 대법원으로 넘어가면서다. 형사소송법 22조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을 땐 소송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최근 재판부가 "공평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며 낸 법관기피신청 사건이 기각 결정에 대한 불복 끝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조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최근 재판부가 "공평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며 낸 법관기피신청 사건이 기각 결정에 대한 불복 끝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조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6일 구속기소 이후 공판기일은 단 2차례 열렸을 뿐이지만, 현재 수감된 조직원 3명의 구속 기간은 오는 15일 만료될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공판 재개와 집중 심리를 요구하는 한편,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가보안법상 간첩,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금품수수, 편의제공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모(58)·윤모(51)·손모(48)씨는 지난 1월 4일 재판부인 청주지법 제11형사부 판사 3명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형사소송법 18조에 따르면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2017년부터 북한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이는 한편 ▶북한 당국과 지령문·보고문 등을 주고받으며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포섭하려 하고 ▶민중당(현 진보당) 권리당원 명부를 수집하거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면담하는 등 국내정세를 파악해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사건”이라며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된 세계 최강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충북 청주 공군기지 주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자유의 기사)로 명명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연말까지 총 40대를 미국으로부터 인도받을 계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우리 공군에 실전 배치된 세계 최강 최신예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충북 청주 공군기지 주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자유의 기사)로 명명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연말까지 총 40대를 미국으로부터 인도받을 계획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동지회 측은 법관기피신청을 한 이유로 재판부가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박씨에 대한 보석청구와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등에 대해 신속히 결정을 내리지 않고 ▶검사의 공소장 변경을 피고인에 제때 고지해주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아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동영상·사진 파일에 대해 증거조사를 진행한 한편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는 등 공소권을 남용했는데도 공소기각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법관 기피신청은 지난 1월 20일 청주지법 제10형사부의 결정으로 기각됐다. 충북동지회 측은 이튿날인 21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지만, 항고심을 맡은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도 지난달 1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는 “법관 기피신청의 사유가 되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는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아니라,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라며 “공평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충북동지회 측이 재차 불복해 지난달 18일 재항고장을 제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법관 기피신청 재판이 길어지면서 본안 사건 재판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이들을 기소한 청주지검 형사3부(부장 박기태)는 지난달 23일 재판부에 공판을 재개하고 집중 심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피 신청이 있더라도 급속을 요하는 경우 재판부는 소송 진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냈고 ▶지난달 21일 자로 실시된 법관 정기 인사에 따라 제11형사부 소속 판사가 모두 바뀌어(부장 이진용→부장 김승주) 기피신청의 실익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간첩단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조직원에 대한 재판은 청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승주)가 심리 중이다. 사진은 청주지법 법정동 현관의 모습. 연합뉴스

간첩단 혐의를 받는 충북동지회 조직원에 대한 재판은 청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승주)가 심리 중이다. 사진은 청주지법 법정동 현관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구속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한이 다가오는 만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의 사유를 들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구속된 피고인 3명의 구속 기간은 이미 지난해 11월, 지난 1월에 2개월씩 구속기간을 갱신한 상태라 추가 구속을 위해선 재판부가 새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유일한 불구속 피고인인 손씨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는 사건이 빨리 정리되는 걸 원하지, 재판 지연은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석방이 되더라도 국정원이 24시간 감시할 텐데 무슨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이미 증거를 7만쪽이나 제출했는데 어떤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주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면서 향후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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