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삼성·LG·모토로라도 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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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욱현 기자]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하려면 익스플로어 같은 휴대전화용 브라우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97년 설립된 인프라웨어는 국내 유일의 휴대전화용 브라우저 제조업체다. 컴퓨터마다 익스플로어가 깔려 있는 것처럼 어느 휴대폰에나 브라우저가 하나씩 탑재된다. 이 때문에 인프라웨어는 무선 인터넷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린다.

이 회사 강관희(55.사진) 대표는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인프라웨어를 포함해 다섯 곳뿐"이라며 "국내에서 사용 중인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것은 아주 큰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인프라웨어는 설립 초기엔 웹 화면을 용지 크기에 맞게 출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린트 프로그램 사업을 했다. 그러나 프린트 프로그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강 대표는 살아남으려면 모바일용 브라우저를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목표가 분명해지자 남은 문제는 기술 개발이었다. 산고 끝에 2001년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의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무선응용규약) 2.0 서비스에 맞춰 WAP브라우저 '임바이더'를 출시했다. 이동통신사들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는 게 관건이었다. 강 대표는 "외국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이동통신사들이 이름도 없는 중소기업의 프로그램을 선뜻 채택할 리 없어 고전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인프라웨어는 외국 경쟁업체들을 물리치고 2003년 LG텔레콤의 브라우저로 채택됐다. 이듬해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도 뚫었다. 두 통신 회사의 휴대전화용 브라우저로 채택되자 휴대전화 제조업체와의 납품 계약이 잇따라 성사됐다.

인프라웨어는 세계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 3사와 공급 계약을 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프라웨어의 '임바이더'를 수출 휴대전화에도 탑재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03년 36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엔 9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1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최근 수 년간 매년 30명 넘게 신입사원을 뽑아왔다. 신입사원 연봉이 3000만원이 넘는다. 국내 100대 기업의 상위권에 해당하는 액수다.

휴대전화용 브라우저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틈새시장이다. 프로그램 속성상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벽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 대표는 "한번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동통신사 관계자로부터 문제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고 새벽 1시에 전직원을 회사에 집합시켜 문제 해결에 나선 적도 있다"며 "발빠른 벤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인프라웨어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의 버라이즌 및 스프린트의 인증시험에 통과해 미주는 물론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LG노텔과 협력해 GSM단말기에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최근엔 휴대전화 제조업체 교세라와이어리스 미국 법인의 공식 브라우저 공급업체로 지정돼 해외 독자진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강 대표는 "웹과 디지털방송, DMB 등과 연계된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원천기술을 팔아 외국에서 로열티를 받을 생각"이라며 "앞으로 PC용 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 내장형 브라우저는 인프라웨어를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프라웨어는

-창립 : 1997년 4월 -자본금 : 38억원 -종업원 수 : 180명

-본사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코스닥 상장 : 2005년 10월

-주요 제품 : 휴대전화용 브라우저

석남식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강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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