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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2월만 檢에 650개 '사건 떨이'…공수처,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올 1~2월 수백건의 사건을 검찰에 무더기로 이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55일간 검찰에 이첩한 사건 수는 650여건이다. 공수처가 지난해 1년간 검찰에 이첩한 1390건의 절반가량(약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올 1~2월에만 650여건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에 검찰에 이첩한 사건 1390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사진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공수처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올 1~2월에만 650여건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에 검찰에 이첩한 사건 1390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사진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공수처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가 이첩하는 사건은 대검찰청이 먼저 접수한 뒤 일선 검찰청으로 이첩한다. 이 중 최근 이첩된 사건의 상당수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수사 부서가 많은 4차장검사 산하 부서는 물론 1~3차장검사 산하 부서에도 여러 건의 사건이 배당되고 있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공수처가 출범 1주년을 맞아 대규모 사건 떨이를 하는 것이냐”는 불만까지 퍼지고 있다.

특히 공수처에서 검찰로 넘긴 사건 중엔 사실상 몇 달씩 수사하지 않고 뭉개다가 넘긴 것도 있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파견 경찰관 명의로 작성된 수사보고만 달랑 편철된 경우도 있는데 이럴 거면 그동안 왜 들고 있다가 이제서야 넘기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 수보다 중요한 건 이첩까지 걸린 시간”이라며 “공수처의 수사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거나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신속히 이첩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그냥 캐비닛에 방치하다 보내니 그동안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피의자에겐 증거인멸의 시간만 벌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공수처를 비판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이 그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수처에 고발한 사건 21건이 지난 1월 검·경에 이첩됐다며 “공수처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절차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법 24조와 사건사무규칙 23조에 따라 타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돼 이첩하는 것”이라며 “공수처법이 규정한 고위공직자범죄의 경우 자동 입건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공수처사건사무규칙 시행을 앞두고 그간 적체돼 있던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일 뿐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21일 취임 1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선별해 입건한다는 저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도록 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자로 단행한 인사에선 사건 입건 여부를 판단하는 사건조사분석관실 소속 검사 수를 1명으로 축소했다. 개정 규칙 시행 뒤엔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다만, 공수처가 검찰에 이첩하는 사건 중엔 윤 후보 관련 고발 사건처럼 입건 이후 수사 중에 넘긴 것도 적지 않아 향후 이첩 건수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검찰 역시 공수처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중 필요에 따라 경찰에 사건을 넘기기도 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혐의별로 수사기관을 나눠놓은 현행 수사권 제도가 유지되는 한 사건 떠넘기기에 따른 수사 지연 논란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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