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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애매한 곳부터 건드렸다…"침공" 말 못하는 바이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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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분리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두 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분리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두 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진입하는 것은 '침공'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향후 대러 경제 제재 부과 등을 놓고 미국 내에서, 그리고 유럽 동맹과 이견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리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장악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에 대한 제재를 발동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국민의 이 지역 개인 및 기관과 신규 투자 및 무역,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과 함께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신속하고 가혹한 경제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평화 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의 진입을 명령한 것을 '침공'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2014년부터 해당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내내 주둔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을 침공으로 보지 않는 듯한 발언이다.

'러시아가 돈바스까지만 들어가면 침공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고 평가한 뒤 그에 부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른 행정부 당국자가 미국의 분명한 대응을 촉발할 러시아의 침공을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점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들어가는 것으로 정의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푸틴이 돈바스에 병력을 보내는데 백악관은 '침공'이란 말을 회피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WP는 '백악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아닌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행정부 안에서는 이것이 침략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푸틴의 행동을 침공이라고 보고 바이든 행정부가 즉각 전면 제재를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에 약속한 대로 러시아 경제의 핵심을 찌르는 제재를 부과하고, 노르트 스트림 2를 단호하게 영구적으로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매콜 의원과 로저스 의원은 각각 하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다.

집권 민주당도 러시아의 돈바스 진입을 침공으로 보고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 최측근인 크리스 쿤즈 상원의원은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이 중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조치는 지금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만약 러시아군이나 대리 병력이 추가로 돈바스에 진입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 동맹들은 치명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현 단계에서 제한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등 신중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할 경우에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포함해 경제 의존도가 높은 유럽 동맹들 입장을 고려해 단계별 제재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몇 주간 미국 정부가 검토한 초강력 제재에는 러시아 주요 은행의 글로벌 거래 시스템 차단,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의 러시아 수출 금지, 러시아와 독일 간 해저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 2' 중단 등이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22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러시아의 명백한 국제법 위반과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추가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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