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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1200원이 환차익 마지노선? 달러예금 두달 새 100억 달러 이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로펌 변호사인 유모(45)씨는 지난해 8월 가입했던 달러 예금을 최근 해지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예금했다가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다시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챙기는 상품이다. 유씨는 달러당 원화값이 1140원대일 때 8000만원가량 넣었다가 1200원에 육박하자 돈을 뺐다. 5개월여 만에 번 돈은 400만원 정도다. 그는 “달러값이 1200원대까지 올라(원화값 하락) 더 많은 수익을 내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화값이 달러당 1200원 선을 뚫고 내려가자(환율 상승) 투자자들이 보유 중이던 달러를 팔아치우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 추이(2.2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달러당 원화값 추이(2.21).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보유한 달러화 예금(잔액 기준)은 지난해 11월 888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두 달 연속 줄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잔액은 789억2000만 달러로, 두 달 전보다 98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631억 달러로 전달보다 29억1000만 달러 줄었고, 개인의 달러화 예금(158억2000만 달러)도 한 달 새 11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020년 8월(157억4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였다. 한은은 “달러 가치 상승 여파로 개인이 달러를 매도한 데다, 기업의 해외투자 자금과 수입 결제 대금이 인출되면서 달러 예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해 12월 말 1188.8원에서 지난달 말 1205.5원으로 한 달 새 16.7원 하락(환율 상승)했다. 최근엔 소폭 올라 21일 1192.1원에 마감했다.

개인 달러 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개인 달러 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상당수 전문가는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의 강한 통화 긴축 정책이 그 근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양적 긴축(QT)에 돌입하면 시중에 풀린 달러가 줄면서 달러 가치는 오르게 된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 우려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커지는 것도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긴축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악재가 겹치면 원화값이 달러당 123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값이 1200원 선을 뚫으면 정부 개입과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으로 제한받는 양상”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현실화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1200원 초반 수준은 여전히 저항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달러 예금에 대한 투자전략도 엇갈린다. 주명희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미국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즈음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진 외화예금을 보유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럽이 긴축으로 접어들면 미국 외 국가의 통화가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는 주춤해질 것”이라며 “(달러값) 1200원 부근에서 외화예금을 정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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