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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평창, 이제 보내줄게…노선영에 받는 위자료는 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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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김보름이 훈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4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김보름이 훈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후 노선영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심경을 밝혔다.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길고 길었던 재판이 드디어 끝났다"며 말을 시작했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평생동안 내가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운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겐 너무 간절한 올림픽 무대였고 너무 갖고 싶었던 올림픽 메달이었다"고 했지만 경기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을 고의로 배제하는 듯한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그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보름은 "그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됐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됐다"고 했다.

김보름은 손해배상 소송 판결로 노선영으로부터 300만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전날인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왕따 주행이 없었으며, 과거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한 일부 폭언 등이 인정되면서다. 다만 재판부는 노선영 인터뷰로 인해 왕따 주행 논란이 촉발됐고, 김보름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김보름 측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보름은 이 글에서 위자료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 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보름은 "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은 나를 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해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 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김보름은 오는 19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에 출전한다. 그는 "지금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심리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반드시 이겨내서 이번 경기도 무사히 마치고 싶다"며 "비록 지금 4년 전 기량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이번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물론 평창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나의 밝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냈던 선수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평창, 이제 진짜 보내줄게. 안녕, 평창. 잘가"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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