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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있는 짝수해마다 활활…강원 동해안 '산불 징크스'에 떤다

중앙일보

입력

2018년 2월 11일 강원 삼척시 노곡면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산불진화헬기가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2월 11일 강원 삼척시 노곡면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산불진화헬기가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선·지선 짝수 해 선거만 두 번 징크스 깨질까  

2018년 2월 강원도 삼척 산불, 2000년 4월 고성·강릉·동해·삼척 산불, 1998년 강릉 산불, 1996년 고성 산불. 강원도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선거가 있는 짝수 해만 되면 바짝 긴장한다.

이른바 ‘강원도 동해안 징크스’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제20대 대통령선거(3월 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 등 두 개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은 최고조다.

제7회 지방선거가 있던 해인 2018년 2월 11일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간 이어졌다. 이틀 뒤 큰 불길이 잡혔지만 축구장 면적(7140㎡)의 164배에 달하는 117㏊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 한 채는 전소됐다. 더욱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1명 중상·9명 경상 등 10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5월 15일까지 ‘산불조심기간’ 초긴장 대응 태세

2018년 2월 11일 강원 삼척시 노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고 있는 모습. 사흘간 이어진 이 산불로 축구장 면적(7140㎡)의 164배에 달하는 117㏊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1일 강원 삼척시 노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고 있는 모습. 사흘간 이어진 이 산불로 축구장 면적(7140㎡)의 164배에 달하는 117㏊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연합뉴스]

앞서 16대 총선이 치러진 2000년 4월 7일. 고성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강릉·동해·삼척으로 번지며 9일간 산림 2만3138㏊와 주택 등 800여 채의 건축물을 태웠다. 이 산불로 2명이 숨졌고 15명이 다쳤다. 850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또 1996년 15대 총선과 1998년 제2회 지방선거 때도 대형 산불이 났다. 1996년 4월 고성군 죽왕면에서 발생한 화재는 산림 3762㏊를 태우고 사흘만인 25일 꺼졌다. 당시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998년 3월 강릉시 사천 덕실리에서 발생한 불은 산림 301㏊를 태워 23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원래 봄철엔 산불위험이 높다. 건조한 날이 지속되는데다 바람이 강해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65%가 봄철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원인은 입산자의 실화나 소각행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선거 낀 짝수해에 유난히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잦았다. 이에 동해안 산림당국은 초긴장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와 동해안 6개 시·군, 동부산림청 등은 지난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유관기관 합동으로 ‘봄철 산불조심기간’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진화 헬기 30대 운영 초기 대응 강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큰 불길을 잡은 뒤 잔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산불 진화 주력 자원인 헬기를 올해는 총 30대 운영하는 등 산불 발생 시 초기 대응을 강화했다. 산불 예방·감시에 마을 이·통장과 지역 사회단체 등 1만7492명을 투입하고, 610곳의 감시시설과 245대의 감시카메라 등 장비를 총가동했다. 또 산불 발생 시 현장 통합지휘권자인 시장·군수가 현장 지휘를 통해 초기에 산불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경구 강원도 녹색국장은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 사회적 현안과 기후 변화로 산림 관리 여건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며 “민·관·군이 합심해 대형 산불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대형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통신재난에 대한 대처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앞서 2019년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땐 산 정상 곳곳에 세워져 있던 통신사 기지국이 타버리면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산불로 기지국 전소 휴대전화 ‘먹통’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도심으로 번지자 소방관들이 진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도심으로 번지자 소방관들이 진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지휘소와 연락이 두절된 채 진화 작업에 나섰고, 주민들은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체육관 등으로 긴급 대피한 이재민도 가족, 친지와 연락이 안 돼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산불로 탄 기지국은 3개 통신사 96개에 달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SK텔레콤은 대형 산불에 대비한 비상 통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강원도와 SK텔레콤은 지난 10일 강원도청에서 TV유휴대역 주파수(TVWS)를 이용한 휴대전화 무선중계시스템 구축 협약식을 가졌다. 산불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에 기지국 장비와 TVWS 무선신호 중계 장비를 장착해 대형산불 발생 지역에서 통신재난을 막는 방식이다.

TV유휴대역 주파수는 디지털TV의 방송대역 중 방송 채널 사이의 간섭을 막기 위해 지역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이다. 전파 도달거리가 10~15㎞로 길고 투과율이 높아 대형 산불 발생 지역에서 활용하기 용이하다.

소방차에 기지국 장비 장착 ‘통신재난’ 막는다 

소방차를 활용한 휴대전화 무선중계시스템 구성도.

소방차를 활용한 휴대전화 무선중계시스템 구성도.

SKT는 올해 강원도 TV유휴대역 주파수에서 휴대전화 통신을 제공하기 위한 품질 검증을 실시한다. 또 소형 무선 기지국 장비(펨토)를 영동지역 6개 시군 소방차 50여대에 설치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대형 산불 발생 때 통신사 기지국이 전소해 응급구조와 구호 활동, 산불 지휘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사업을 통해 이동통신 기지국이 전소하더라도 통신재난이 발생하지 않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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