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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윤성빈이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 1·2차 시기에서 12위에 그쳤다. 스타트는 좋았지만, 두 차례 다 13번 커브에서 트랙과 충돌했다. 사진은 2차 시기에서 스타트하는 윤성빈. [연합뉴스]

윤성빈이 베이징올림픽 스켈레톤 1·2차 시기에서 12위에 그쳤다. 스타트는 좋았지만, 두 차례 다 13번 커브에서 트랙과 충돌했다. 사진은 2차 시기에서 스타트하는 윤성빈. [연합뉴스]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경기 첫날 중위권에 머물렀다. ‘마의 13번 커브’에 발목을 잡혔다.

윤성빈은 10일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1·2차 시기 합계 2분02초43으로 12위(총 25명 참가)에 머물렀다. 중간 선두로 나선 독일의 크리스토퍼 그로티어(2분00초33)와 격차는 2초 이상이라서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스켈레톤은 총 4차 시기까지 슬라이딩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11일에 3, 4차 시기 경기가 열린다. 윤성빈은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나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국제 대회에서 정상급 실력을 유지했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올 시즌 부진했다.

이날 스타트는 두 차례 모두 좋은 편이었다. 스타트 기록 4초72(공동 6위)로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기록이 처졌다. 가장 까다로운 구간으로 꼽힌 13번 커브를 빠져나와 14번으로 넘어가는 코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길이 1975m, 커브 16개로 구성된 옌칭 트랙에선 이 코스가 ‘마의 구간’으로 불린다. 코스가 좁아지면서 살짝 휘는 데다 결승선 직전이라 거의 최대 속도로 진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심력을 활용해 각도와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야만 이 구간을 매끄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성빈은 두 차례 시기에서 모두 13번 커브를 빠져나오다 트랙과 충돌하면서 스피드가 떨어졌다. 함께 출전한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도 1차 시기에서 13번 코너에 충돌했다.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선 정승기는 1·2차 시기 합계 2분02초22로 10위를 차지했다. 윤성빈은 “스타트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행에 더 신경 썼는데 오늘 결과는 아쉽다. 트랙 밑(후반부) 구간에서 실수해 속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에 해설자로 나선 스켈레톤 국가대표 출신 김지수(23)는 “13번 코스가 전지훈련 때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 같다. 윤성빈의 경우 모든 코스를 완벽하게 주행했다. 이 구간에서 고전하지 않았다면 윤성빈과 정승기 모두 상위권에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본뜬 옌칭 슬라이딩 센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본뜬 옌칭 슬라이딩 센터

이전과 달라진 빙질도 영향을 미쳤다. 김지수는 “지난해 13번 코스는 이 정도로 까다롭지 않았다. 당시엔 커브 경사의 얼음을 완만하게 깎았는데 올림픽 직전에 가파르게 바꾼 것 같다. 노면의 작은 요철 하나와 커브의 미세한 각도까지 완벽하게 파악해내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중국 선수들에겐 유리하고 경쟁자들에겐 혼란을 준 일종의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개최국 중국 선수들은 이 코스에서 1000회 이상 주행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 트랙의 이점을 등에 업은 중국 선수들은 이날 좋은 기록을 냈다. 옌원강이 2분01초08로 3위, 인정은 7위에 올랐다.

한편 윤성빈은 이날 평소 착용하던 아이언맨 헬멧 대신 검은 헬멧을 쓰고 달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아이언맨 헬멧 착용을 금지했다. 윤성빈은 “경기력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도 평소 쓰던 것을 못 쓴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8년 만에 아이언맨 헬멧을 못 썼다. 어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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