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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공약 난무,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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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추경안 증액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추경안 증액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에 나라 곳간이 흔들린다. 한국 경제가 물가가 뛰면서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10~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은 이런 우려를 쏟아냈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10일 공개한 기조연설문에서 “대선 정국 정치권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 등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선심성 정책으로 부채 비율이 치솟으면) 유사시 국가신인도가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부채 관리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경제·재정정책을 평가하며 “재정 중독, 재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선투자’ ‘착한 빚’ 논리는 허구”라고 짚었다. 그는 “GDP 규모를 이용해 추경의 경제성장 효과를 계산한 결과 2019년 1조9000억원, 2020년 9조6000억원에 달했는데 여기에서 적자 국채 발행액을 차감한 순손익은 두 해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났다”며 “빚을 내서 투자해 추가로 벌어들인 돈이 추가로 빚진 돈보다 적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빚을 늘려가며 정부 지출을 확대할 경우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국민 고통을 가중하는 이른바 ‘빚의 복수’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가채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함준호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정부 부채에 민간 부채를 합치면(매크로 레버리지) 그 규모는 최근 GDP의 254%까지 확대됐다. 함 교수는 “잠재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민간 부채 규모는 전체 민간 부채 대비 약 20%, GDP 대비로는 40% 규모에 달하며, 금융 부문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GDP 대비 120%까지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부동산경기 둔화 시 주택 가격 및 부채 조정에 따른 금융 불안정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그간 풀린 돈이 많다 보니 추세적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뛰어넘었다. 어윤종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에 근거한 인플레이션은 3.48%이며, 추세 인플레이션은 2.4%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장용성 서울대 교수는 “물가와 실업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전통적 상충 관계가 약화했고, 단기 ‘필립스 곡선’(실업률이 높으면 임금상승률은 낮은 반비례 관계)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임금 상승→고용 감소·제품값 상승→인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귀환하고 필립스 곡선 역전 현상이 지속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떨어진 주력 제조업의 생산성을 회복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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