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밤 치른 쇼트트랙 대표팀… 내일은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이 트랙을 돌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02.02.08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이 트랙을 돌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02.02.08

중국 텃세에 남자 쇼트트랙 1000m 메달을 놓친 대표팀이 내일을 위해 다시 달린다. 9일 열리는 남자 1500m에서 첫 메달을 따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8일 중국 수도체육관에서 공식 훈련을 했다. 대표팀은 세 종목에서 연달아 메달을 놓쳤다. 특히 7일 열린 남자 1000m 경기에선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어이없는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황대헌은 준결승 1조에서 가장 먼저 골인했지만 추월 과정에서 페널티를 지적당했다. 2조 이준서도 다른 선수가 부딪혔지만 실격됐다. 황대헌은 "이런 판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추월하던 선수가 충돌이 생길 경우엔 후행 주자에게 실격이 내려진다. 하지만 부딪히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황대헌은 "(다른 선수들과) 몸이 전혀 닿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 중국 선수가 무릎 터치를 해서 그걸 (두고 비디오 판독을) 보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이어 "화가 많이 난다. 남은 경기가 많으니 잘 먹고 잘 자려고 한다. 응원해 주시는 국민이 많고, 뒤가 든든하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이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중국의 홈 텃세는 도를 넘어섰다. 중국 선수 세 명이 오른 결승에선 헝가리의 류 샤오린 산도르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하지만 산도르도 경기 중 두 차례 반칙을 지적당하며 옐로 카드를 받았고, 런쯔웨이와 리원룽이 금, 은메달을 나눠가졌다. 황대헌은 "그 친구도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편파 판정에 어떻게 대비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밀이다"라며 "여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대표팀엔 김선태 감독,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를 비롯한 한국인 스태프가 많다.

부상을 입은 박장혁도 정상적으로 연습했다. 그는 1000m 준준결승에서 이탈리아와 중국 선수에 잇따라 부딪혔다. 넘어진 뒤 스케이트 날에 왼손이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구제를 받아 준결승에 올랐으나 출혈이 있어 병원으로 갔고, 열 한 바늘을 꿰맸다.

박장혁은 9일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왼손에 붕대를 감은 채 훈련강도를 낮췄지만 스케이팅은 정상적으로 했다. 박장혁은 "깊게 찢어져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근육이나 신경 쪽은 비켜갔다. 꿰매기만 한 상태여서 스케이팅에는 솔직히 지장이 있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력이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하다 보면 조금 정신 없는 상태라 신경쓰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장혁이 직접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그 역시 편파판정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박장혁은 "1차 월드컵 때도 조금 느껴서 예상을 하고 준비를 했는데도 솔직히 이 정도의 판정은 예상을 못해서 정말 당황스럽다. 이제 선수들이 해탈할 정도로 판정이 좀 과했다. 직접 당한 선수들은 심적으로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장혁은 "최대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다. 남은 종목에서 다들 다시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어제 많이 모여서 얘기하고 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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